병원의 진정한 경쟁상대는 환자의 질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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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건담은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끈 작품으로 유명하다. 로봇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수많은 작품이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건담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로봇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무엇일까.. 바로 태권브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특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포지셔닝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1등 기업은 삼성전자, 나이키의 로고등도 포지셔닝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

다시 말해 ‘포지셔닝(positioning)’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특정 브랜드를 위치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떠한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 때, 이미 경쟁제품이 있는 브랜드와 동일한 포지션에 뛰어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한 같은 포지션에서의 경쟁에는 큰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최초라는 포지션을 구축하거나 전혀 다른 포지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닌텐도 DS가 그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2005년 발매당시 닌텐도DS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비디오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소니의 PSP가 같은 시기에 발매되었기 때문이었다. PSP는 닌텐도DS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과 그래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PSP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닌텐도는 전혀 다른 포지셔닝을 선택했다. 고등학생과 성인층 연령대의 사용자가 대부분이었던 PSP와 달리 어린 고객들을 타켓으로 잡은 것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포켓몬게임과 광고등을 통해 DS는 게임시장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기라는 인식대를 형성하게 되었고 사용연령대 또한 청소년과 중장년층까지 확보함으로써 PSP를 누르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 여파는 우리나라에서 극대화되어 DS라는 이름보다 닌텐도라는 기업이름으로 불리는 현상으로 이어졌으며 닌텐도=휴대용게임기라는 확실한 포지셔닝을 만들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것보다는 쉽게 인식되는 확실한 홍보와 포지션 전략으로 자기 브랜드만의 위치를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시장 또한 수많은 병원들이 있으며 각자 확실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관절,척추분야의 경우 이미 많은 전문병원들이 시장에서 확실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거나 그러기 위해 노력중이다. 처음부터 1등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병원만의 확실한 포지셔닝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고객CS에서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하는 병원, 진료가 힘든 환자들을 위해 주1회씩 찾아가는 진료서비스등 다른 병원과 다른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서 서로 다른 위치를 점유하면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차별화를 통한 포지셔닝은 결국 선두병원들과 같은 위치에 서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빨리 1등이 되기보다 어떻게 1등이 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코카콜라에게 가장 중요한 적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경쟁자인 펩시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코라콜라의 직원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적은 커피,우유, 그리고 물이다. 이런 직원들의 패러다임이 코카콜라를 세계1위 기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게 가장 중요한 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경쟁병원이 아니라 환자의 질병이다. 이런 분명한 인식을 가진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최적의 포지셔닝이 되지 않을까…..

강북성심병원(바로선병원) 진건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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