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정상회담] 코피 아난 "코피 나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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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6일부터 3일 동안은 코피 아난(62) 유엔 사무총장의 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그는 이 기간에 전세계 1백80명의 지도자 중 누구든지 만나서 어떠한 것이라도 논의할 수 있다.

이 중에는 국가원수나 정부수반이 1백50여명이다. 일찍이 어느 제왕도 맛보지 못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어느 전임 사무총장도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만들어낸 적은 없다.

개막 하루 전인 5일 정상회의 개막연설을 한 아난 총장은 6일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등이 참가한 회의에서 연설한 뒤 짐바브웨.말라위.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과 회담을 했다.

그는 줄곧 "국가간.민족간 다양성을 서로 인정해 전쟁의 위험을 방지하고 나아가 국가 경계를 뛰어넘는 전지구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 고 호소했다.

전세계가 당면한 빈곤.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엔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줄곧 유엔본부에서 근무해와 지나치게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아난에게 이번 회의는 폭넓은 지지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990년 걸프전 당시 유엔 평화유지군 사무차장으로 이라크와 서방국가의 협상을 이끌어 내는 등 그동안 뛰어난 중재력을 발휘해온 그가 과연 이번 기회를 통해 얼마나 지구촌의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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