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적십자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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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면회소 설치와 방문단 추가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협의에 적신호가 켜졌다.

5일 열릴 예정이던 2차 적십자 회담에 북한적십자회측이 참석 의사를 알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북적(北赤)측이 지난 주말부터 비전향 장기수 환영행사로 여력이 없는 상황인 듯하다" 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동안 기피해온 '판문점' 을 회담장으로 제안하자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비전향 장기수 송환에 성의를 보인 만큼 북측이 곧 회담에 응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2차 남북 적십자 회담이 열리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세가지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지난 주 평양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이산가족 방문단 추가 교환' 과 '서신교환' 의 구체적 절차를 협의해야 한다.

'연내 두차례' 라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그 시기는 남북간 입장차가 있다.

남측은 추석 이후 월말께 첫 추가 상봉, 다음달 중 한차례 더 하자는 복안인 데 비해 북측은 '서두를 것 없다' 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언론사 사장단 면담에서 '9월, 10월 추가 상봉' 을 공언한 바 있어 북측 실무자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방문단 교환은 8.15때와 큰 차이가 없겠지만 남측은 호텔이 아닌 고향방문.성묘 가족과의 동숙(同宿)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북측은 서울.평양 교환 방문을 고수할 게 분명하다. 우리측의 규모 확대(8.15 당시 각 1백명)나 국군 포로.납북자 포함 요구에 대해 북측은 난색을 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신교환은 생사.주소 파악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한적측은 11만여명의 상봉 신청자 명단을 북측에 일괄 전달한 뒤 파악되는 대로 서신을 교환하자는 입장인 데 반해, 북적은 수백명 규모의 명단 확인을 통해 시범 실시한 뒤 본격 추진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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