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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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골자는 세금을 더 거둬들이되 반발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에너지세 등 덩치가 큰 세금을 올린 반면 국민연금보험료 소득공제 등 봉급생활자가 주축인 중산층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정부 입장에선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내년은 국민의 정부 출범 4년차로, 임기 내에 재정적자를 해소해 균형재정을 다음 정권에 넘겨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자금이 들어갈 곳은 아직도 널려 있다. 특히 금융 구조조정 등에 추가로 들어가야 할 공적 자금의 상당액은 세금으로 메워 줘야 한다.

다행히 경기가 회복돼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고 있지만 재정적자를 2년 내에 해소하기에는 갈길이 바쁜 형편이다.

이런 속사정이 깎아준 세금에 비해 더 거두는 세금이 5조원 정도 웃도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담겨 있다.

서강대 곽태원 교수는 "에너지세 인상과 연금보험료 소득공제는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 이라며 "그러나 에너지 소비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LPG 차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고, 연금보험료 소득공제는 과세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손해보는 쪽과 이익보는 쪽을 조정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고 지적했다.

◇ 중산층 세부담은 줄여=재정경제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봉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 부담이 2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봉에 따라 세금이 줄어드는 폭이 다른데, 연봉 4천만원인 경우는 대략 56만원이 줄어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세부담이 줄어드는지는 따져 봐야 한다. 우선 LPG차를 몰아 월 8만원 정도 기름값을 지출했던 사람은 세금 인상으로 매달 3만7천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경유차(월 10만2천원 지출)의 경우는 월 2만원이 늘어난다. 담배를 피운다면 갑당 1백30원 정도 오를 각오를 해야 한다.

◇ 세금 얼마나 더 걷히나=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2003년까지 세수가 7조5천억원 가량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연금보험료 소득공제(1조1천억원), 노인.장애인.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 기부금 공제, 기업 세부담 경감(1조3천억원)으로 2조4천억원이 덜 걷힌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으로 5조1천억원이 더 걷히는 셈이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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