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문제 소 닭 보듯 않겠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통해 사회적 갈등과 대립 문제에 대해 중재하는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자승 총무원장은 12일 수도권 사찰 주지 스님들에 대한 인사고과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대한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12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계종이 내적인 문제에 충실하면서도 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소 닭 보듯,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한 경향이 있다”며 불교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조계종 4개년 발전 계획’은 ‘소통과 참여’란 말로 압축될 수 있다. 조계종은 그간 내부 갈등 봉합 등에 집중하면서 사회 참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조직이 안정세를 회복하면서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날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 하는 불교를 만들겠다”며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뒷받침할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신라 원효대사의 ‘화쟁(和諍·모든 대립적인 이론들을 조화시킴)’사상에 기초한 ‘화쟁위원회’가 총무원장 자문기구로 조만간 발족한다. 화쟁위원회는 인권·환경·노동·통일 분야에서 일하는 중진 스님과 비정부기구(NGO)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갈등이 불거졌을 때 중재하고 소통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용산 참사, 평택 쌍용자동차 분규 등 사회 갈등이 빚어지는 곳에서 불교계가 중재와 화합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포교와 교육’ 역시 향후 조계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사회와의 소통에서 일선에 서게 될 스님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승가교육진흥위원회’가 이달 말 출범한다.

또 출가 수행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편하기 위해 전문교수진을 확충하고, 출가자를 늘리는 데도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불교 교육을 현대화·체계화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포교 활동을 펼치기 위한 복안이다.

포교를 강화하기 위해 신도 교육도 내실화된다. 신도에 대한 품계 제도를 일반화하고, 온라인 신도 등록제 등 신도 관리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불교 중흥은 교육과 포교에서 그 힘이 나올 수 있다. 교육에 우리 종단의 100년 대계를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교육과 포교에 모든 것을 걸고 행정·재정적 뒷바라지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새해를 맞아 다양한 불교 문화 행사도 기획된다. 자승 스님은 “올 11월 열리는 G20 국가정상회의에 대비해 한국 불교 전통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등 여러 행사도 종단이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