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지역 경기 양극화' 이례적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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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산업자원부는 4일 국무회의에 지방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특히 생산증가율.실업률.부도율 등의 지표에서도 수도권에 비해 뒤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좋지도 않은 내용을, 그것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 문제를 들췄다는 점에서 기존의 국무회의 보고와 비교할 때 이례적이었다.

실제로도 지역간 경기 양극화 상황은 심각하다.

현재 수치상으로는 대구가 가장 부진하다.

섬유산업의 부진으로 올 상반기 산업생산 증가율이 5.6%로 전남(5.1%)과 함께 최하 수준이다.

이에 비해 수도권은 서울이 27.8%, 인천 24.8%, 경기 30.8%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실업률면에서 부산지역은 전국 평균(4.4%)을 훨씬 웃도는 6.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광주(5.9%)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지방에서 새로 생겨난 회사수(8대도시 신설법인 증가율 기준)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월 말까지는 수도권(서울 83%)과 큰 격차는 있어도 5~20% 정도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7월 들어서는 대구 -10%, 부산 -7.4%, 광주 -3%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이 아예 감소세로 돌아서 버렸다.

7월 어음부도율도 광주가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0.56%를 기록했고 대구도 6월 0.56%에 이어 7월에도 0.40%를 기록해 전국 평균(0.35%)을 훨씬 웃돌았다.

실제로 소상공인 지원센터가 8월말 지방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체감경기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가 "경기가 안좋다" 고 응답했을 정도다.

이같은 지방의 부진은 우선 중심역할을 해온 건설경기의 장기침체와 지방의 대형 할인점 등장으로 기존의 유통구조가 와해됐기 때문.

아울러 대구의 섬유.부산의 신발 등 전통적인 지역 산업의 부진이 계속 심해지고 있고 반면 최근 산업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가전.정보통신.자동차 등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간 격차가 불거지게 됐다.

산자부는 이에 따라 3백50억원의 경영안정자금을 비롯해 동원가능한 정책자금을 지방에 조속히 집행하고 장기적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3~4개 '거점산업별 육성정책' 을 먼저 추진할 계획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우방의 부도까지 겹친 대구지역은 자포자기하는 상황에까지 몰려 있어 무엇보다 우선 지방기업의 위축된 심리를 북돋울 수 있게 국가적인 관심이 시급한 상황" 이라고 밝혔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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