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KBS2 '내 마음의 풍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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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내 마음의 풍금 (KBS2 밤 10시40분)〓먹고 살기엔 팍팍했지만 마음만은 푸근했던 196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갓 부임한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산골 소녀의 풋사과 같은 사랑을 그렸다. 적자생존의 경쟁사회를 숨가쁘게 질주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잠시나마 휴식처가 되는 작품이다.

열일곱 살의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전도연)이 세살 많은 선생님 수하(이병헌)를 가슴 졸이며 사랑하는 얘기를 서정적인 영상에 담았다.

원작은 소설가 하근찬씨의 '여제자' . 영화는 50대로 접어든 홍연이 옛날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내용은 흔한 3각 관계에 의존한다. 홍연은 수하를 좋아하고, 수하는 동료 여교사 은희(이미연)에게 호감을 보인다.

소녀는 자신의 사랑을 앗아간 은희를 연적으로 여기며 미워하고, 일기장에 수줍은 사랑고백과 은희에 대한 질투를 깨알 같이 적는다.

계란장수.엿장수.검정고무신.고무줄 놀이.양은 도시락 등 정겨운 풍경들이 세월의 흔적을 실감케 한다. 전도연은 이 영화로 올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영재 감독의 데뷔작.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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