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좌로 꿈 키웠죠 이제는 사장님이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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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딱히 내세울 커리어도 없는데….’ 사회활동을 원하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선뜻 집 밖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순 없는 일.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 비영리 평생교육기관인 풀잎문화센터 영등포지부(원장 서미숙)를 통해 꿈을 이룬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주부 김경희(44)씨는 1년 전 꽃집 ‘영진플라워’의 사장님이 됐다. 20년 간 전업주부로 지낸 그에겐 꿈같은 일이었다. “아이들이 크면 사회생활을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에요. 평범한 저의 도전에 친구들도 놀랐죠.”

둘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2008년 김씨는‘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풀잎문화센터 영등포지부를 찾았다. 1992년에 문을 연 풀잎 문화센터는 교육청 등록 평생교육시설로 꽃꽂이·홈패션· 패션양재·퀼트·손뜨개 등 30여개 강좌를 진행한다. 현재 전국에 130여 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회원으로 등록하면 강좌 수 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다. 연회비는 5만원. 강좌별 재료비를 제외한 연회비 만으로 원하는 강좌를 다 들을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여느 전문교육기관보다 교육비가 저렴하다는 게 김씨의 귀띔이다. 김씨는 특히 1대 1 강의가 마음에 들었다. 설령 정해진 수업일을 놓치 더라도 보충 수업이 가능했던 것. 이사를 하더라도 연회비나 재료비 추가 부담 없이 가까운 지부에 연계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꽃방창업과정을 수료한 김씨는 올핸 연구반에 등록해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계획이다. “포장·디자인 분야의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죠. 재등록 회원은 연회비를 40% 할인 받을 수 있다네요.”

최현균(34)씨는 리본아트와 선물포장을 배워 공방을 차렸다. 최씨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수강 시간 선택의 폭이 넓어서였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은 강좌 일정이 한정돼 있잖아요. 미용·팬시용품점을 운영하면서 수강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곳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중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어 부담이 없었다.

한 달, 혹은 한 학기와 같이 기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여느 기관과 달리 완성 작품수를 기준으로 강좌를 진행하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이곳 수강생은 초급·중급·고급·사범교육과정을 밟게 된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는데 보통 1년이 걸리지만 강의 진도는 회원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 1주일에 몇 개의 작품을 만들지 개인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이었던 이은정(29)씨는 여유가 있는 날 하루 7시간씩 수업을 들었다. “선물포장부터 리본아트·점토클레이·아로마향초까지 배웠어요.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게 뿌듯하고 여러 과목에 욕심이 생기다보니 하루에 6~7시간씩 강의를 듣는 게 지루하지 않더군요.” 이씨는 4년 간 교육을 받고 지난해 7월 인사동 쌈지길에 아로마 향초·리본공예품 매장을 열었다.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 둔 임성은(32)씨는 이곳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5개의 문화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곳 사범 과정을 마친 수강생은 연합회 강사자격 시험을 볼 수 있다. 이를 통과하면 연합회 분과에 등록된다. 규모가 큰 문화센터이다보니 다른 문화센터에서도 인정해주는 자격증이다. 한복만들기·패션양재·아트플라워·헤어미용은 국가에서 인증한 자격 시험이 있다. 전문성을 높이려면 과목별 전문협회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

서미숙(51) 원장은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가 자신이 몰랐던 재주를 발견하는 수강생이 많다”며 “최근엔 POP(손글씨 광고)·포크아트가 인기며 홈패션·퀼트에도 꾸준히 수강생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어“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두렵다면 일단 좋아하는 일, 관심 있는 분야를 배워보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꽃집을 연 지 1년 남짓. 아직 ‘사장님’ 소리가 어색하다는 김경희 씨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 것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며 미소지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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