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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면 최고 7000만원 … 충북 보은 파격 장학금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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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8일 오전 6시30분 경기도 용인시 J 기숙학원. 고교 선행 과정에 입학한 김상진(17·보은중 졸업 예정)군 등 충북 보은군 관내 예비 고교생 10명이 기숙사 복도에서 간단한 체조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들은 5주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50분까지 예체능을 제외한 국어·영어·수학 등 모든 과목의 수업을 받는다. 수업이 끝나면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등 강도 높은 학습을 받고 있다.

김군 등 10명은 지난해 12월 30일 보은군민장학회가 보은군 내 예비 고교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장학시험에서 선발된 학생이다. 1인당 220만원인 학원비는 전액 장학회가 지원했다. 예비 고교생 학원비 지원은 보은군과 주민들이 지역 인재 육성과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실시 중인 장학금제도의 일환이다.

보은군민장학회는 공부만 잘하면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등록금·학원비 등 1인당 70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장학회는 ㈜한화 보은공장에서 출연한 지역발전기금 20억원과 군비 5억원, 주민 성금 등으로 2004년 설립됐다. 보은군은 2005년부터 매년 10억원을 장학회에 출연하고 있다. 주민 900명은 매달 적게는 1000원부터 10만원씩의 장학기금을 후원해 현재 78억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내년이면 9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장학회의 우수 학생 지원사업은 다양하다. 우선 장학회는 보은군 내 고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상·하반기 두 번의 장학시험을 치러 학년별 10명씩 30명에게 각각 20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 기숙사 생활을 할 경우 비용 전액을 별도로 지원한다. 또 서울 유명 학원의 강사진을 일주일에 세 번씩 초빙해 성적 우수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의도 실시하고 있다. 이 특별 강의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2억4000만원이다.

장학회는 특히 보은군 내 고교를 졸업한 수능 2등급 이상 학생 중 서울대 등 국내 9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5명을 선발해 연간 1000만원씩 4년간 등록금을 준다. 이들 학생은 매 학기 성적을 B학점 이상 유지해야 장학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보은군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중학교에서 대학교까지 한 명이 최고 7000만원의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장학회가 이처럼 파격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자 보은군 관내 우수 학생들의 타 지역 진학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엔 보은군 내 10개 중학교 졸업자 중 상위권 학생 20명 중 13명이 대전·청주 등 타지 고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올해는 단 3명만 외지의 고교로 진학한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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