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드’전략으로 흑자 전환 … 소형차로 확실히 재기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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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이 포드의 대표 차종인 2010년형 토러스 앞에 서 있다. [포드 제공]

포드는 지난해 3분기 9억97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미국 자동차업체 빅3(GM·포드·크라이슬러) 중 흑자를 낸 곳은 포드뿐이다.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독자 생존을 택한 결과라 의미가 더 컸다. 이런 성과의 상당한 몫은 보잉사 부사장 출신인 앨런 멀럴리(65) 포드 회장의 리더십에 돌아가야 할 것 같다.

11일 포드 본사 부근 디트로이트 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항공기 회사 출신 경영자가 어떻게 포드를 경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에는 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비행기는 400만 개가 들어간다. 안전성도 더 높아야 하고 연비도 중요하다. 또 자동차 디자인에는 공기역학(에어로 다이내믹)이 반영된다”며 “자동차보다는 비행기가 더 복잡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2006년 9월 당시 빌 포드 포드그룹 회장(현 이사회 의장)의 권유로 36년간의 항공기 회사 이력을 접고 포드 회장을 맡았다. 그와 빌 포드 회장은 MIT 경영학석사(MBA) 동문이다.

멀럴리는 취임 이후 저물던 포드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포드의 문제는 정확한 비전이 없는 데다 제품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포드·머큐리·링컨 브랜드만 남기는 ‘원(ONE) 포드’ 전략으로 간다.”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파산위기에 몰렸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독자적인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비전을 설명했고, 포드 자산을 담보로 230억 달러(약 26조원)를 빌렸다. 포드 이외의 브랜드는 매각에 나섰다. 과거 20년간 포드가 사 모은 재규어·랜드로버·애스턴마틴·볼보를 차례로 매각했다. 지난해엔 중국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마쓰다의 지분도 팔았다. 이런 강력한 구조조정은 금융권에 신뢰를 줬다.

조직문화도 개혁했다. 부서별로 1~2년씩 근무하고 옮기는 로테이션을 중지시켜 전문성을 키웠다. ‘회의를 위한 회의’를 근절시키고 본부장별 직보 체계를 만들었다. 보잉사에서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명성을 얻은 그였지만, 자동차업계로 전직하자마자 ‘제2의 카를로스 곤’(르노 닛산 회장)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의 ‘원 포드 전략’은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과거 포드답지 않게 소형차에 집중하는 것이다. 포드는 2012년 전체 판매 목표 600만 대 가운데 250만 대 이상을 소형차로 채울 계획이다. 그의 새로운 전략이 포드의 완전한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미국 산업계와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디트로이트=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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