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북한과 투자보장 협정 맺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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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 기업이 외국에 수백억원을 들여 TV공장을 지었는데 갑자기 그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들어선 정권이 '그전 정부와 맺은 투자 계약은 무효' 라며 공장을 압수한다면 어떤 기업이 그 나라에 투자하려 들까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권이 바뀌든, 제도가 바뀌든 외국 기업이 투자한 것을 보장해주자는 것이 바로 '투자보장 협정' 입니다.

특히 대북사업의 경우 우리 기업들은 북한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북한과 투자보장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쉽게 말하면 큰 돈을 들여 투자했는데 떼이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선 아직 북한에 큰 돈을 투자하기에는 위험한 요소가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최근 외국인투자법을 손질하는 등 개방 정책을 취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불안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협정 내용에는 투자자가 원하면 그동안 투자한 것을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등 상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국제 관례에 맞게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갑니다.

물론 양쪽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서명하고 도장을 찍어야 하겠죠.

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투자보장 협정을 맺고 북한에 TV공장을 세운 우리 기업이 TV를 생산하면 당연히 세금을 내겠죠. 이 경우 본사가 있는 한국에 내야 하는지 아니면 생산 공장이 있는 북한에 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양쪽에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면 기업들은 세금이 너무 많아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투자를 꺼릴 것입니다.

따라서 세금을 어느 한 곳에만 내기로 문서로 사전에 약속하면 기업들이 편리할 것입니다. 바로 이 제도가 이중과세방지협정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동유럽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들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해 경제가 어려워졌고, 다른 나라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덴마크.스위스.인도네시아 등과 투자보장협정을 맺었습니다. 우리와도 곧 이런 협정을 맺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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