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군포로 가족에 '침묵 강요' 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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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귀국한 국군포로 4명의 가족들에게 관계당국이 '언론에 아무 말도 하지 말라' 고 종용했다는 보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되도록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선의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도 정도 문제다. 포로귀환을 가장 반겨야 할 국방부마저 '우리는 제대로 신원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는 태도라니 정말 심각하다.

이들 4명은 50년 가량 북에 억류됐다가 제3국을 통해 지난달 말 귀환했다. 관계당국의 조사는 불가피하지만 절차가 끝나면 외부세계에 널리 알려 친지들을 자유롭게 만나도록 돕는 게 당연하다.

일반 국민도 언론을 통해 이들이 겪은 북한 실상이나 탈북과정을 상세히 들을 권리가 있다. 귀환포로들이 북에 남아 있는 다른 국군포로 명단을 진술했다면 이것 역시 공개해 국내의 가족들이 생존 사실을 확인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기껏 한다는 일이 가족들에 대한 침묵 강요라니 말이나 되는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눈치나 살피는 듯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다. 이는 길게 보아 남북 화해.교류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남한사회 내부의 정체성 논의나 여론수렴 과정에도 장애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최근 들어서도 북한 송환을 앞둔 비전향 장기수들의 언행을 놓고 상반된 평가가 쏟아지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북의 혈육에게 소식이라도 전해 달라" 는 납북자 가족들의 요청에 대해 한 장기수는 "납북자가 어디 있나" 라고 일갈했는데, 이를 TV로 지켜 본 많은 국민의 분노는 누가 달래야 하는가.

비전향 장기수 북송이 인도적이라면 같은 맥락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당당히 따지고 당당히 해결해야 한다.

쉬쉬하는 태도로는 자칫 우리 국론만 분열시킬 소지가 크다. 정부는 당장 오늘 열리는 2차 장관급 회담에서 국군포로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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