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뮤지컬 컨택트] 뮤지컬은 노래가 있어야 된다 ? 없어도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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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선했다. 깔끔하고 세련됐다. 잘 차려진 코스 요리처럼 다양한 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2% 부족했다.

8일 막이 오른 뮤지컬 ‘컨택트’(사진)엔 노래 부르는 배우가 없다. 대신 춤이 중심이다. 대사가 있긴 하지만 제한적이다. 배경음악(창작곡은 하나도 없이 기존 곡을 가져다 썼다)에 맞춰 춤을 멋들어지게 추는데,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

‘뮤지컬엔 노래가 있어야 한다’란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시키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했으니, 원작자 수잔 스트로만(연출·안무)은 천재임에 분명하다. 이런 역발상 덕분인지 ‘컨택트’는 2000년 토니상에서 디즈니의 대작 ‘아이다’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뮤지컬부문)을 받는, 이변을 낳았다.

작품은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18세기 프랑스 낭만파 화가 프라나고르의 ‘그네’라는 그림이 모티브다.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의 실제 모습은 어떠했을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나름 야하고 코믹한 스토리를 간결하게 만들어냈다. 본격적인 극은 두,세 번째 에피소드다. 둘 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고, 판타지 부분에선 우아하고(2막), 격정적인(3막) 춤으로 객석을 쭉 빨아들였다. 풍자와 반전 역시 매혹적이었다. 특히 3막에서 노란 드레스 여인을 연기한 김주원(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은 발군이었다. 신비롭고 도도한 여인을 능청스럽게 소화했고, 탁월한 테크닉으로 관객의 박수를 계속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컨택트’는 군데군데 아쉬움을 남겼다. 직역에 가까운 문어체의 말투는 좀처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2막에선 대사와 대사 사이에 흐르는 적막감에 호흡은 뚝뚝 끊겼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안무가(이란영)를 발레가 중심인 2막에, 국내 최고의 발레리나(김주원)를 스윙 재즈로 이루어진 3막에 출연시킨 게 최적의 캐스팅이었는지는 의문이었다.

▶17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22∼31일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극장, 1588-5212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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