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 개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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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7일 수석비서관 3명을 바꿨다.

청와대 비서진 상층부가 비서실장 1명과 8명의 수석으로 짜여 있는 것에 비해 소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8.7개각에 이어 비서실도 새로운 분위기 속에 국정 2기를 맞도록 하겠다는 金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분야를 담당한 교육문화.복지노동수석을 갈아치운 것은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개혁이 미흡했다는 1기의 평가가 반영됐다고 한다.

외교안보수석의 교체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4강 외교의 중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한 것" 이라고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이 설명했다.

하반기부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서울에서 열리는 등 대형 정상외교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따라서 군사전문가인 황원탁(黃源卓.예비역 소장.육사 18기)수석보다 외교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金대통령으로서는 중국통인 신임 김하중(金夏中)수석의 능력을 활용할 필요를 느낀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모두 유임한 가운데 黃수석만 교체된 것은 그가 "평양방문 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합의가 안되면) 金대통령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고 발언한 데 대한 문책의 의미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폐업이 국정 1기의 어두운 그림자로 지적되면서 김유배(金有培)복지노동수석의 교체가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 8.7개각에서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노동부장관을 바꾼 것도 이런 평가 때문이라고 한다.

이익집단과의 복잡한 조정업무를 위해서는 교수 출신인 김유배 수석보다 현장경험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따라 총리실에서 오랫동안 조정업무를 맡아온 최규학(崔圭鶴)보훈처장이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분야도 개혁이 미흡한 부문으로 꼽혀왔다. 조규향(曺圭香)수석의 교체는 金대통령 취임 이후 사회복지수석과 교육문화수석을 바꿔가며 2년반을 일한 '장수(長壽)수석' 이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신임 정순택(鄭淳)수석은 실업계 고교 교장 출신으로 부산시 부교육감에 이어 교육감만 연임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라는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그는 '실업교육의 경제적 효과성에 관한 연구' 라는 책을 쓰는 등 金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교육의 인적.개발적 측면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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