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사하는 피부색 다른 아이들, 진짜 한국사람으로 키워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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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호 20면

‘다문화 공생’ 정책을 설명하는 박주원 안산시장. 최정동 기자

“항상 시민의 제안과 나 자신의 상상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주원(51) 안산시장은 인터뷰하는 동안 ‘상상력’이란 말을 여러 번 했다. 그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정보 담당 수사관 출신임을 아는 기자로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 업무는 신속함과 정확성이 생명이다. 재직 중 그 분야 최고로 인정받았던 그가 상상력 얘기를 하는 게 다소 어색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상상을 현실로 바꿔왔다. 그는 검찰 일반직 말단직원(9급)으로 출발해 24년간 근무한 뒤 2005년 퇴직했다.

'외국인이 살기 좋은 市' 만든 박주원 안산시장

수사관 시절에 범죄정보 실무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범죄정보체계론』『특수수사정보론』을 출간했다. 법학박사 학위도 땄다. 2006년엔 정치인으로 변신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 안산시장이 됐다. 2008년 초 박 시장은 365일 24시간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25시 시청’을 전국 최초로 운영했다. 최근엔 대부도에 세계 최초로 해상 풍력발전소 가동을 시작했고 내년 말엔 시화호에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완공할 예정이다. 대규모 사업 외에 그는 안산에 밀집한 외국 근로자들과의 ‘공생’을 꿈꾼다. 시장 취임 3년6개월 만에 안산시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만든 박 시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3년 전 성당에서 관리하는 아동보호기관에 간 적이 있었다. 신부님이 ‘시장님께 인사드리라’고 하니까 얼굴색이 각기 다른 10여 개 국가의 어린아이들이 똑같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더라. 그걸 보고 얘들이 언젠가는 진짜 한국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아예 어려서부터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안 되면 어른이 됐을 때 한국을 미워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몇 년 전 프랑스에서 발생한 인종폭동과 미국의 LA폭동을 생각해봐라.”

-안산에 외국인이 많아진 건 언제부터인가.
“반월·시화산업단지라는 국가 최대 산업단지가 30여 년 전 들어서면서 중소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가 내국인을 포함해 17만 명이다.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지난 10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시에 등록한 외국인은 61개 국가 3만4000명, 미등록 외국인(대부분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7만여 명이다. 안산시 인구 72만 명의 10%에 육박한다. 7만 명이면 지방으로 가면 하나의 시·군 단위다. 지방엔 인구 3만~4만 명인 군이 적지 않은데 이곳 공무원만 해도 1000여 명이다. 더구나 외국인들은 인종이 다양하지 않나. 외국인들을 관리할 별도의 전담 부서를 만든 이유다. 지금 17명이 상주하는데도 부족하다. 행정안전부에 인력 증원을 건의해 둔 상태다.”

-서울 영등포와 경기 의정부 등에도 외국인이 많이 모여 산다. 안산이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유 문화를 통칭하는 말이 다문화다. 다문화를 한국문화와 결합시키면 새로운 문화 창출이 가능하다. 특성화 발판이 된다. 안산에 오면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체험함과 동시에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게 만들려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안산을 특별히 좋아하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공장에서 구타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권리구제와 인권보장의 필요성이 있어서 외국인 지원조례(2007년) 및 인권조례(2009년)를 제정했다. 그 공로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사실 외국인 범죄가 많지는 않다. 그런데 한번 터지면 언론에 대서특필돼서 심각하게 느껴진다. 살인 사건이 하나 생기면 범죄 소굴로 비친다.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방글라데시인과 중국인 등 2명을 시청 계약직 공무원으로 특채해 격일로 순찰을 돌게 했다. 외국인 범죄의 대부분은 쓰레기를 규격 봉투가 아닌 검은 비닐에 담아 버리거나 무단횡단하는 등의 기초질서 위반 사범이다. 이것도 외국인 주민센터를 통한 계도로 나아지고 있다.”

-올해 계획은.
“다문화특구인 원곡본동에 이어 시가 전국적인 ‘다문화거점센터’를 유치했다. 국비 80억원을 지원받아 지역 간 다문화 교류활성화 사업을 주도한다. 시급한 건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 환경 개선 문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만을 위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등의 설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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