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일본 교섭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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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4일 속개된 제10차 북.일 수교 교섭은 본격 협상의 기반을 다지는 회담이었다.

교섭은 북한의 선 과거 청산 요구와 일본의 납치의혹 동시 해결 주장으로 평행선을 그었다. 그러나 양측은 일본의 과거 청산과 북한의 납치의혹 문제로 쟁점을 줄임으로써 정치적 타결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교섭의 출발점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확실히 알게 됐다" 며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가 차기 회담의 과제" 라고 밝혔다. 회담을 이어가기로 한 당초의 목표는 이뤘다는 것이다.

북한도 회담을 통해 과거 청산을 선결 과제로 일본측에 각인시켰다. 일본 일각에서는 벌써 "과거 재산청구권 문제만 매듭지으면 된다" 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한국 언론 대표단과의 회견에서 과거 청산을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양측 모두 대화 지속과 조기 수교에 의지를 확인한 점은 성과다. 북한이 협상을 서두르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북한측은 일본측의 납치 용어 사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태화(鄭泰和)대사는 24일 회담에서도 "납치는 없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방불명자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의 평양 회담에서 "납치라는 용어를 쓰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 고 발끈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鄭대사는 연내 수교 입장도 내비쳤다. 과거 청산을 통한 일본의 경제협력이나 자금지원을 바라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외무성 직원의 교류와 경제인 교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회담의 진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에서는 정상회담에 관한 조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유엔 총회때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와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북.일 수교 교섭의 가닥은 보다 고위급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회담은 결국 일본의 보상금 문제로 쟁점이 바뀔 전망이다.

기사라즈〓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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