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BOOK] 경제학 선생님은 바로 심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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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
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조홍식 옮김, 창비
425쪽, 1만7000원

자린 고비 얘기가 있다. 1년 내내 간고등어 한 마리 안 사는 자린 고비네 집을 지나던 한 생선장수가 장난 삼아 물고기 한 마리를 담 너머로 집어 던졌단다. 자린 고비는 좋아하긴커녕, 깜짝 놀라 얼른 담 밖으로 내던지며 “밥 도둑 나간다”고 했다는 얘기다.

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즈 경제학의 차이는 이 자린 고비의 유무에 있다는 생각이다. 고전파 경제학은 자린 고비 경제학이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소비를 아껴서 생산부터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면 소비는 저절로 일어난다는 게 고전파 경제학의 핵심이다. 하지만 케인즈 경제학은 정반대다. 자린 고비만 있으면 경제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를 늘려야 생산이 증가한다고 믿었기에 케인즈는 정부라도 돈을 풀어야 멈춘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은이는 케인즈의 이 같은 이론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돈을 경멸했고 케인즈도 마찬가지였다. 미인투표 이론도 프로이트의 군중심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내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미인으로 꼽을 것 같은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는 게 케인즈 주장이다. 프로이트의 핵심 개념 중 하나도 군중심리다. “군중은 그 앞에서 무릎 꿇거나, 지배당하고 때때로 자신을 함부로 다루는 권위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인간 중심의 경제학 또는 행복경제학 류의 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케인즈와 프로이트를 연결시킨 건 참신하고 색다르다. 설득력도 있다고 생각된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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