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국회의원 수사의뢰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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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선관위 손석호(孫石鎬)사무총장은 22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로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을 찾았다. 9월 정기국회 때 선관위 예산배정 문제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孫총장은 오후 발표할 '4.13총선 비용실사 결과' 를 설명했다. 김기배 총장은 바로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고, 총재실 주변에선 "선관위가 큰일 했다" 는 칭찬이 나왔다.

민주당도 선관위 쪽으로부터 사전에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회의장 후보에까지 올랐던 김영배(金令培.6선)상임고문이 끼어있어선지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에 선관위가 기부행위.선거비용초과 등 혐의로 현역의원이나 그 관계자를 고발한 건수는 19건. 지난 15대 선거 때(1996년.20건)와 비교하면 양적으론 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이번에 현역의원 본인을 건 경우가 여당에만 4명이 몰려있는 데다, 혐의내용도 충격적이다.

민주당의 김영배 의원은 선거구 동책(洞責.동책임자)에게 금지된 선거활동비 9천8백57만원을 직접 지급했고, 같은 당 송영길(宋永吉)의원도 동책과 여성회장에게 5천6백여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민봉기(閔鳳基)의원은 선거사무장이 동책임자에게 2천3백여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꾼들 사이에 '돈먹는 하마' 로 이름붙여진 불법적인 '조직 가동비' 의 모습이 실감나게 드러난 것이라고 선관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밖에 다른 의원들은 선거비용 한도액 초과지출, 자원봉사자에 대한 금품지급이 문제가 됐다. 여기엔 386초선의원들도 여러 명 들어있고, 인천출신은 전체 11명 중 5명이나 걸렸다.

선관위가 이번 실사(實査)를 위해 투입한 인력은 파견받은 국세청과 지방공무원 등 1백52명을 포함해 모두 1천3백여명.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파장이 우려되긴 하지만 증거가 수집되면 여야없이 내용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며 "검찰의 조치가 미진할 경우, 재정(裁定)신청권(검찰이 기소 안하면, 선관위가 직접 사법부에 수사요청하는 새 제도)행사를 적극 검토하겠다" 고 의욕을 보였다.

검찰은 선거법상 이들 고발의원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오는 10월 13일(선거 후 6개월 이내)까지 결정해야 한다. 사법부도 15대 국회 때와 달리 기소 뒤 1년 내에 최종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다.

따라서 200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기 전에 무더기 당선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재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대의 경우 20명이 고발돼 3명이 당선무효됐다.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여야구도가 1백33명(한나라당).1백19명(민주당).17명(자민련)-4명(군소정당 및 무소속)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선무효에 따라 어느 당의 의석이 줄어들 경우, 국회운영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청와대와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권력관리와 관련해 신경을 쓰고 있다.

전영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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