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학전 뮤지컬 '의형제' 앵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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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극단 학전이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에 이어 무대에 올리는 세번째 뮤지컬 '의형제' 가 2년만에 관객을 만난다.

학전 블루 소극장 9월1일부터. 영국 작가 윌리 러셀의 원작을 극단 대표 김민기씨가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번안한 이 작품은 한국전쟁부터 1979년 유신말기까지 우리 현대사를 한 부모에게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라난 쌍둥이 형제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98년 초연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비롯해 한국연극협회 우수공연 단체상 및 각색.번안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분단의 비극을 잉태했던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간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 독일작품들을 무대에 올려온 극단측이 '리타 길들이기' '셜리 발렌타인' 등으로 유명한 영국작가 러셀의 작품을 선택한 것은 영국식 뮤지컬에 대한 탐구이자 한국적 변용이다.

학전측은 이례적으로 이번 공연을 내년말까지 1년6개월간 장기공연키로 하고 4~5개월 단위로 연기자와 연주자들을 재구성할 방침이다.

브로드웨이.웨스트앤드 등이라면 몰라도 관객층이 얕은 우리나라에서 극단이 한 작품을 1년 6개월이상 장기공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하지만 극단측은 지난 8개월간 무대에 올린 '지하철 1호선' 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70% 이상이었던 점을 들어 "오히려 좋은 작품으로 다양한 계층의 연극애호가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 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1951년 한국전쟁중에 남편과 아이 하나를 잃고 부산으로 피난 온 간난이 쌍둥이중 하나를 부자집에 빼앗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도의 빈민촌과 다리건너의 부촌으로 나뉘어 자라던 무남과 현민은 출생의 비밀을 모른채 의형제를 맺으며 절친한 사이가 된다.

후반부는 서울로 이사온 두 사람의 인생이 최연소 국회의원과 실직자로 역전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줄거리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아역연기와 생동감있게 그려지는 김민기 특유의 감성과 언어로 포장했다.

극단은 영문자막을 설치해 외국인 관객을 대학로로 끌어들이는 한편 주부들을 위해 수요일 오후 3시 공연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연에 앞서 28, 29일 이틀간 연극관계자들은 물론, 연극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뷰공연을 한다.

이곳에서 제출된 평가서를 토대로 일부 내용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극단측은 설명했다.

주인공인 무남과 현준역에 권형준씨와 김학준씨, 생모 간난역에는 방주란씨가 열연하고, 작품을 끌어가는 해설자인 걸인역에는 장현성씨 그리고 오상원.이상민.이지영씨 등이 출연한다.

화.목.금요일 오후7시30분, 수요일 오후3시.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30분.7시30분, 일.공휴일 오후3시.오후7시. 02-763-8233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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