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중계석 돌아온 SBS 윤영미 캐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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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경기보랴, 기록하랴, 해설 들으랴, 제 말하랴, 야구중계는 그야말로 온몸이 긴장하는 체력전입니다. 경기 자료도 지금은 인터넷에 다 뜨지만, 전에는 일일이 개인 컴퓨터에 입력해야 했어요. 그 동안 쉰 거요? 연년생으로 아기를 낳았거든요."

3년만에 프로야구 중계석에 돌아온 SBS 윤영미 아나운서의 말이다.

요즘도 라디오중계를 들은 청취자 중에 '어, 여자 캐스터도 있네' 라며 놀라는 이들이 적지않지만, 그는 1994년 중계를 처음 시작한 국내 프로야구 여성캐스터 1호다.

"서른이 넘으면서 인생의 돌파구를 고민하게 됐어요. 93년 스포츠뉴스 리포터를 맡게 됐는데, 탁 트인 야구장의 함성 속에 생전 처음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거다 싶었지요. "

야구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이후 1년여 게임이 있는 날마다 잠실야구장으로 혼자 출근하다시피하면서 캐스터의 꿈을 키웠다.

퇴근 후에도 야구중계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중계연습을 하고, 야구관련 서적을 줄줄이 찾아읽는 그의 노력이 사내에 소문나면서 기회가 왔다.

야구장에서 혼자 만들어온 중계 녹음테이프를 통해 사내 오디션을 받고 캐스터가 된 것이다.

강원도 홍천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시절까지 꾸준히 교내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한 그가 85년 춘천MBC에 입사, 아나운서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 하지만 개국과 함게 SBS로 옮긴 직후 손석기 아나운서팀장으로부터 "캐스터 한 번 해보라" 는 권유를 받았을 때도 그게 자신의 일이 되리란 생각은 크게 못했다.

"스포츠에 관심있는 여자 아나운서가 별로 없어요. 스포츠캐스터는 뉴스 앵커나 MC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생명은 훨씬 긴데도." 그래서일까. 96년 그의 뒤를 이어 여성캐스터 대열에 합류한 CBS이명희 아나운서를 두고 "진짜 야구광" 이라고 칭찬한다.

"처음에는 타구 판단을 잘 못해서 실수도 많았어요. 지금은 늦더라도 심판의 판정을 꼭 보고 정확히 하려고 해요. 경기 전에는 물도 거의 안마시죠. 시합이 4시간 넘게 계속하는 바람에 혼난 기억이 있거든요."

지금도 안타나 홈런이 터졌을 때의 격한 탄성에서는 남자캐스터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지만, 야구에 대한 애정 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야구광인 남편과 함께 중계가 없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야구장을 찾는다. 리포터 시절부터 만난 LG양준혁 선수와는 누나, 동생하는 사이가 됐을 정도. 언젠가는 TV중계도 해보고픈 욕심이 당연히 있지만, 당장은 국내 프로야구의 재미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구단들의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이 아쉽다" 고 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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