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이산 만남이후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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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과 1년여 전 서해상에서 포격을 교환했던 남북간의 관계진전이 예상밖의 급류를 타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의 감동을 목격한 행사 관계자들조차 "이같은 화해교류 국면이 대체 어디까지 갈까" 라고 궁금증을 드러낼 정도.

전문가들은 "남북교류 사업 하나하나가 별개로 추진되는 게 아니라 남북 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 실천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진행되는 만큼 적잖은 탄력과 속도를 지닐 것" (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결과와 남측 정국 및 남북간 우발적 상황 등은 '순항(順航)' 의 변수로 꼽힌다.

◇ 남북관계 에너지원(源) 된 상봉〓그간의 남북관계가 줄곧 당국간(정상회담.장관급) 회담에 의지해온 반면 8.15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주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화해교류에 대한 '밑으로부터의 공감대' 를 끌어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

한 정부 당국자는 "원초적 감성만큼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어디 있느냐" 며 "상봉 분위기가 긴장완화와 경협에 기여할 것" 이라고 진단했다.

◇ 김용순.김정일 서울방문이 전기〓9월 중순 이뤄질 김용순(金容淳)북한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의 서울행은 6.15 공동선언 이행 전반을 재점검하고 속도를 더하는 계기가 될 전망.

6월 정상회담 후 8월 말 평양 2차 장관급 회담까지가 1라운드였다면 金국방위원장의 서울행은 2라운드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2차 장관급 회담까지 긴장완화.경협의 실마리를 풀지 못할 경우 金비서의 서울행이 미합의 사안을 타결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협정 등의 경협 토대 마련과 군(軍) 핫라인 설치 등이 그의 서울방문 전까지는 진전을 볼 것이라는 기대다.

金비서가 金국방위원장의 최측근 실세임을 감안할 때 그의 서울방문 때 金위원장의 답방시기도 깊숙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전향장기수 송환(9월 2일)▶김대중 대통령.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뉴욕 회담(9월 6~8일)▶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를 위한 적십자 회담(9월 초)▶추석 이산가족 상봉(추석전후) 등 金비서 서울행 직전에 이어지는 '9월의 급류' 가 주목을 받게 됐다.

연말~내년 봄 중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사될 경우 공단조성.물류교환 등의 거대한 경협 사업과 획기적인 군사 긴장완화 조치 등 남북관계의 셋째 기폭제가 될 것으로 당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 경의선 준공,가정방문 성사되면 절정〓내년 9월께 경의선이 연결되면 남북간 물류교환과 함께 개성.평양과 서울 교차관광 등의 인적교류가 가시화할 전망.

남북 당국간에 추진 중인 '휴전선 직항로' 와 함께 땅과 하늘의 혈로가 뚫리는 상황이다. 이산가족 상봉도 올 9월 면회소 설치로 생사.주소 확인과 상봉 정례화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여기에 김정일 위원장이 언급한 가정방문이 실현되면 '재결합' 직전까지의 진전을 그려볼 수 있다.

◇ 미국 대선.국내정세가 변수〓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미관계가 여전히 미완의 변수이기 때문.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북한 미사일 문제, 테러국가 지정 해제 등 북.미 현안이 꼬여 남북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전망. 대북사업의 예산을 감당해야 할 국내 경제동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관찰포인트다.

최훈.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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