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전공의 언제까지 방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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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을 여는 동네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의료계 폐업이 막바지에 이른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대학병원의 진료차질은 계속되고 환자들의 불편 역시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들은 파업.폐업을 선도하더니 마지막까지 남았다. 애초 의약분업의 문제를 들고 일어났던 개원의들은 빠진 채 이들이 희생양이 될 처지에 빠졌다.

건강연대 강창구 정책실장은 "어찌보면 전공의들의 주장은 순수한 면이 강하다.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어 강경한 것처럼 보인다" 고 말했다.

정부와 전공의들의 입장차이는 매우 크다. 약사법만 하더라도 전공의들은 '의사의 진료권에 충실하기 위해 '혼합판매와 대체조제의 전면금지 외에 어떤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 정부는 "좀 더 시행해보자. 문제가 있으면 그때 고치자" 는 현실론으로 맞선다.

의료제도 개혁에 대한 시각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구속자 석방 등 전공의들의 대화 전제조건은 사실상 감정적인 부분이라 장애는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의사에 대한 의무만 강요하고 의보 수가(酬價).의료사고 무방비 등 의료인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자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 고 고민을 드러냈다.

전공의에게 진료복귀 명령을 내리고 불응시 해임하겠다는 정부의 강경책도 잘 통할 것 같지 않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정부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의약분업을 시행한 책임을 통감하고 전공의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공의들도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보건산업팀장은 "시민단체나 연구기관 등과 대화를 해 그 결과를 간접적으로 정부나 보건의료발전 특위에 제출하도록 하자" 고 제의했다.

따라서 정부.전공의 사이의 중재역이 필요하다. 의협 집행부.시민단체.원로의사들.의대 교수 등이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특히 의협 집행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1백여일 동안 병원의사들이 파업을 벌인 이스라엘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신성식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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