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스타들 민주당 선거기금 적극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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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세계 영화 시장의 9할을 점령하고 있는 '영화의 제국' . 할리우드를 알면 세계영화가 보인다. 본지 영화담당 기자를 지낸 이남 통신원이 할리우드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한다.

40년 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잔치를 방불케 한다.

바버라 스트라이샌드.워런 비티 등 정치성 짙은 중진배우와 드림웍스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메이저 스튜디오의 거물들, 우피 골드버그.수전 서랜던.케빈 코스트너 등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나 한데 모일 수 있는 스타들이 민주당 선거기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민주당의 막강한 재정후원자 역할을 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특히 클린턴 행정부와 할리우드의 밀월관계는 전당대회 개막 직전 열린 힐러리 클린턴 뉴욕상원의원 후보의 선거기금 마련파티에서 1백만달러를, 클린턴의 은퇴 후 고향 아칸소 리틀록에 세워질 클린턴 도서관기금 마련 파티에서 1천만달러가 넘는 기금을 스타들이 쾌척했다는 사실에서 증명되고 있다.

17일 바버라 스트라이샌드 주관으로 열릴 앨버트 고어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위한 선거기금 마련 파티에서는 2백50만달러 이상 거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때와는 달리 이번 선거전을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입장은 편하지만은 않다.

고어가 지명한 조셉 리버먼 부통령 후보가 오랫동안 할리우드를 앞장서 비판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리버먼은 3년 전부터 폭력.섹스가 과도한 영화나 방송 프로를 만든 '문화 공해업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버 하수구상'을 시상하고 있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할리우드에 호소함'이란 선언문을 통해 메이저 영화사들이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독성 문화를 자제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부통령 지명 후에도 TV뉴스 프로에 나와 디즈니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사회의 타락을 조장하는 연예산업에 대한 비판을 그칠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리버먼의 이런 성향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할리우드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럽게 됐다.

할리우드는 고어와 리버먼을 백악관에 입성시키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기금마련에 나서는 한편 리버먼의 할리우드 비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영화의 등급을 매기는 미국영화위원회의 잭 밸런티 위원장은 TV에 출연, 리버먼의 개인적인 성실성을 존경한다면서도 사회의 타락과 악의 근원을 미디어로 돌리는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 관대했던 클린턴 부부와는 달리 고어 후보의 부인 티퍼 고어 역시 갱스터랩 등 팝뮤직의 폭력적인 주제나 가사를 앞장서 비판해온 터라 미국 연예계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할리우드는 보수적인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낫고, 연예산업에 대한 정책결정권은 리버먼이 아닌 고어가 행사할 것이라면서 애써 위안을 얻는 분위기이다.

로스앤젤레스〓이남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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