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처음으로 결성된 서울대 외국인 학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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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996년 서울대 종교학과에 다니던 인도인 바수 무쿨(35)은 1학기를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과사무실을 찾았다. 학점이 좋게 나와 장학금을 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쿨은 장학금을 타지 못했다. 알고 보니 장학금 신청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누구도 서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안내문도 없었기에 학점만 잘 받으면 당연히 장학금을 탈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요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문과에 다니는 방글라데시인 후배 알람도 역시 무쿨과 똑같은 경험을 했다.

지난 98년 서울대 미대 석사과정에 다니기 위해 한국에 온 가봉인 밥티스트는 계획에 없던 한 학기를 더 다니게 됐다. 첫 학기를 일반 학생이 아닌 외국인 특별 학생 신분으로 이수했기 때문이었다. 밥티스트가 특별 학생과 일반학생의 행정적 차이를 아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간단한 학사일정뿐 아니라 숙소 문제.교내 생활 등 학내 정보와 후생에 있어 외국인 대학생들은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서울대생들이 '그들만의 학생회' 를 결성했다.

'서울대 외국인 학생회(International Student Association of SNU.ISAS)' 라는 이름으로 꾸려진 이 학생회는 무쿨을 비롯한 20여명의 외국인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됐다.

현재 서울대에 재학중인 외국인은 6백여명에 이르지만 이처럼 외국인 학생들만의 단체가 조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들의 단체를 만들어 '이방인' 으로서 각종 정보와 후생에서 소외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외국인 학생회 임시회장을 맡은 무쿨은 "서울대가 국제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숙소.언어.경제 문제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힘든 실정" 이라며 "이제는 한국의 초일류대학인 서울대의 바람직한 국제화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회는 지난 1월 서울대측에 학생단체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6월 최종승인을 받았다. 외국인 학생들은 e-메일로 서로 연락을 취해 지난 6월 한데 모여 무쿨을 회장으로 선출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오는 21일에는 외국인 신입생 40여명에게 학교 생활 전반에 관한 안내를 해줄 계획이다.

조만간 외국인 학생회 홈페이지를 개설하면 훨씬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사회국장 류제일(경영4)씨는 "국제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라지만 외국인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편의가 턱없이 부족하다" 며 "앞으로 '외국인 학생회의 활동을 '총학생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 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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