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중·고등학생 국어경시대회] 채점위원 총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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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번 국어경시대회 채점 결과 많은 학생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영화의 특정 장면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를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읽어낸다든가, 자신의 구체적인 체험을 글쓰기나 말하기의 단서로 삼는 경향은 개성의 부각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특히 '~에 대하여 논하라' 는 요구에 대해 편지나 에세이 등 논술 이외의 여타 장르를 착안해 낸 점은, 편지글마저 '첫째, 둘째, 셋째' 하는 식의 형식적 논증구조를 고집하던 선례에 비추어 보면 이번 경시대회에서 특기할 만한 현상이라 하겠다.

또한 논술 형식을 선택한 경우에도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전에 비해 인위적이고 조작적인 글쓰기의 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음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점도 있었다.

출제된 문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판단하거나 최소 요건을 무시하는 글, 내용의 구체성이 결여돼 관념적이고 포괄적인 주장이 나타나거나 아무런 근거 없이 판단만이 제시되는 글도 상당수 있었다.

적절한 비유를 한다거나 구체적인 예를 적시할 수 있는 능력은 명료한 문제의식과 논리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이해에서 비롯함을 감안할 때 매우 아쉬운 점이다.

언어능력은 단순히 달변의 화술과 현란한 기교로 완성되지 않는다.

얼마나 세상을 넓게 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가, 자신만의 고유한 안목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 인간의 진실을 얼마나 깨닫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바로 거기에서 의사 소통으로서의 말과 글의 공감대와 설득력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 출제.채점 위원단〓김대행.윤여탁(서울대 국어교육과), 서대석.최명옥(서울대 국어국문과),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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