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굿바이 러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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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전장의 포연 사이로 흘러나오는 존 레넌의 '이매진' 이 인상적이었던 '킬링 필드' (1984년), 두 사제의 서로 다른 선택을 통해 휴머니즘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미션' (86년), '휴머니즘 감독으로의 변신을 확신케 했던' 험난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칭송한 '시티 오브 조이' (92년). 롤랑 조페(55)감독의 영화에는 언제나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난다.

그러나 '굿바이 러버' 에서 그는 대단한 변신을 시도했다. 작품성은 제쳐놓더라도 어느 한 구석에서도 전작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색다른 변신이다.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반전, 매혹적인 섹스, 그리고 스릴러와 코미디적 요소까지 더해진 '굿바이 러버' 는 보험금 4백만 달러를 탐내 형에게 아내를 내주고 형은 동생을 죽이려 하는, 그야말로 돈에 눈 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간 지켜온 소재의 '품위' 를 재미를 위해 훌렁 던져버린 롤랑 조페의 도발인 셈이다.

진취적이면서 섹시한 산드라(퍼트리샤 아퀘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업자로 취미는 아무도 없는 고객의 집에서 정부와 놀아나는 것이다.

그 정부는 다름 아닌 남편의 형 벤(돈 존슨). 하지만 얼떨결에 깊어진 관계에 부담스러워진 벤은 부하직원 페기(메리 루이스 파커)에 관심을 보이고 아내의 부정을 안 제이크(더모트 멀로니)는 벤을 위협한다.

제이크는 결국 보험금을 노려 형을 빌딩에서 밀어 뜨린 후 자살로 가장한다. 본격적인 반전은 그 다음부터다. 새롭게 드러나는 페기와 제이크의 관계, 사건 전모를 꿰찬 형사의 개입 등 숨쉴 틈을 주지 않는 이야기의 씨줄이 오락성이란 날줄과 오밀조밀하게 교직한다.

26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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