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칭화대 지는 북경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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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베이징(北京) 거주 대입 수험생들의 대학 지원현황이 드러나면서 중국 최고를 다투는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일 밝혀진 베이징 수험생들의 지원 결과에 따르면 1백2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베이징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정원 미달을 기록했다.

반면 칭화대에는 인재들이 몰렸다. 칭화대 학생모집반 우전이(吳振一)주임에 따르면 3백40명 정원의 이과에만 지난 7월 실시된 대학입학시험(高考)에서 6백점 이상을 받은 고득점자들이 무려 4백39명이나 몰렸다.

반면 베이징대는 4백1명을 뽑는 이과 커트라인을 4백76점으로 낮췄건만 지원자는 3백26명으로 미달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5.4운동' 의 발상지로 중국 최고의 명문인 베이징대 문과도 올해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1백12명 모집에 99명 만이 지원, 개교 이래 최초의 문.이과 모두 정원 미달이라는 망신을 당한 것이다. 베이징 청년보에 따르면 칭화대는 전국 30개 성.시에서 각 지역 10등 안에 드는 수재들 중 70%를 챙겨가는 개가를 올렸다.

반면에 베이징대는 각 지역의 1등 37명을 확보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칭화대에 우수 인재의 상당수를 뺏기고 말았다. 무슨 까닭일까.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대학을 보는 학생들의 눈이 달라졌다. 대학의 이름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학과를 기준으로 대학 선택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베이징대의 홍보 미스. 7월 말에 있었던 베이징대 설명회에서 올해의 합격예상 점수로 6백10점을 제시, 낙방을 우려한 고득점자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 외에 주룽지(朱鎔基)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 우방궈(吳邦國)부총리 등 중국을 이끄는 국가 영도인들 상당수가 칭화대 출신이라는 점도 학생들의 대학 선택에 일조했다는 설명이 있다. 일각에선 '대청시대(大淸時代)가 열렸다' 는 의미심장한 농담도 나온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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