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자살폭탄 공격하고 죽으면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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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탈레반이 소년들을 세뇌시키는 데 활용한 천국을 묘사한 그림. 처녀와 동물들이 우유와 꿀이 흐르는 강 주변에서 노닐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며 "너희들이 죽으면 이런 곳에 가게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지상의 삶은 낭비일 뿐이다. 자살 폭탄 공격으로 죽으면 곧바로 천국에 간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순진한 어린이들을 자폭 테러에 나서도록 교육시키는 데 사용해온 선전 문구다. 미국 CNN 방송 인터넷판은 5일 파키스탄 내 탈레반 반군들이 10대 청소년들을 자폭 테러범으로 키우는 데 이용해온 한 훈련기지의 실상을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한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역 와지리스탄 인근에 있는 기지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최근 탈레반으로부터 이 기지를 빼앗아 언론에 공개했다.

200~3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기지의 벽에는 천국을 묘사한 화사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리따운 처녀들이 우유와 꿀이 흐르는 강가에서 놀고 있는 그림이다. 무슬림들이 성스러운 예언자와 함께 연회를 즐기는 모습도 있다.

탈레반은 인근 지역에서 모집한 12~18세의 청소년들에게 “자살 공격으로 죽으면 이런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 너희들의 희생은 반드시 보상 받을 것이다”는 식으로 세뇌교육을 시킨다. 외부 세계와 고립된 채 가난과 궁핍 속에서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이 같은 황당한 감언이설에도 쉽게 속아 넘어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들은 종교 교육 외에 총기 사용, 자살용 재킷 제작, 매복 등의 군사교육도 받는다. 부모들은 공짜로 밥을 먹고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기지로 보낸다고 한다.

정부군 관계자는 “탈레반은 정부군 기지 등을 공격할 때 자폭 훈련을 받은 어린이들을 가장 앞에 내세운다”며 “자폭 테러범의 90%가 10대 청소년들”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이처럼 무모한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빈곤을 퇴치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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