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8.15경축사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화와 도약의 한반도 시대를 엽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4일 미리 배포한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 시대' 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 민족의 자질과 지리적 여건을 바탕으로 시대적 소명에 충실한다면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다.

경축사는 민족의 미래라는 큰 그림을 담고 있다. 이는 임기 절반(8월 25일)을 맞아 "새로운 취임사를 쓰는 심정으로 국정 방향을 내놨기 때문"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먼저 민족의 자긍심과 자신감을 북돋웠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고, "독재의 탄압과 횡포 아래서도 민주화를 실현해내는 자랑스러운 국민의 힘" 이라고 말했다.

IMF 위기에서도 '금 모으기' 로 "온 국민이 하나가 돼 극복해냈다" 고 평가했다.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지적 기반, 탁월한 문화창조의 전통과 자질을 갖춘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적합한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남북의 화해.협력이 이룩되면서 4면이 고립된 반도국가라는 지리적 약점이 대륙과 해양을 잇는 전진기지로서 장점으로 바뀐다고 역설했다.

올 추석(9월 12일)전후에 기공할 경의선(京義線), 그리고 그 후 경원선(京元線)이 연결되면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길을 통해 유럽에 이르는 두 줄의 '철(鐵)의 실크로드' 가 생긴다" 는 것이다.

이로써 "대륙 동쪽 끝에 있는 주변 국가가 당당히 세계의 한 중심국가로 도약, 세계 속의 한반도 시대를 개막하게 된다" 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은 남북 화해.협력의 제도화와 주변국 외교의 강화라는 두가지 과제를 내놨다.

한반도가 고립에서 벗어나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는 탈출구가 북한이고, 남북이 협력할 때 대륙과 해양의 길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전쟁과 파멸을 가져올 것" 이라며 평화 공존.교류를 강조했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자본을 합치면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과 대도약을 실현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장관급 회담을 통해 군사.경제.사회-문화라는 3개 공동위를 구성하고, 군사 직통전화 개설과 국방장관 회담으로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金대통령은 미국.일본과의 공조 등 한반도 주변 4대국 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나 주변국 외교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 金대통령의 인식"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지적했다.

金대통령이 개혁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라며 추진의지를 확인하고, 지식정보화를 강조한 것도 "새로운 경제적 도약을 위한 방향 제시" 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