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 할매석상 소유권 분쟁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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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여년을 끌어온 지리산 천왕할매석상(일명 聖母石像)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경남 산청군민들로 구성된 성모상 건립추진위(위원장 李宅煥)는 지난 6일 중산관광단지(시천면 중산리)에 새 천왕할매석상 제막식을 가졌다.

새 석상은 높이 2.1m 너비 1.5m로 원형 천왕할매석상(경남도 민속자료 14호.천왕사 보관)보다 조금 크다.

이 석상은 시천면 이장단.체육회 등 16개 단체들이 5천여만원을 모아 박찬수(朴贊洙)목아박물관장 등 조각가들에게 의뢰해 만들었다.

새 석상을 세운 배경에 대해 건립추진위 조출환(曺朮煥.53)집행위원장은 "원형 석상을 지리산으로 복귀시키기 어려운 이상 아예 새로운 석상을 세우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 라고 설명했다.

천왕할매석상은 원래 지리산 천왕봉 성모사(聖母祠)란 사당에 1천여년동안 안치돼 있었으나 일제말께 갑자기 사라졌다.

주민들은 민중신앙의 상징물을 없애려는 일본사람들이나 특정 종교집단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할매석상은 1987년초 진주의 한 과수원에서 훼손된 채 발견되면서 소유권분쟁에 휘말려든다.

천왕사(중산리)로 옮겨진 이 석상을 두고 두류산악회 등 지역주민들은 원래 있던 천왕봉으로 복귀운동을 벌였고, 국립공원 지리산 관리사무소는 88년말 천왕사측을 횡령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석상을 국립공원공단에 되돌려 주라' 는 가환부조치까지 내렸으나 천왕사측은 "분실시기가 분명치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 고 주장,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그래도 산악인과 산청군민들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석상을 특정 사찰에 둘 수 없다" 는 여론이 비등하자 국립공원측이 98년초 천왕사를 상대로 소유권 반환소송을 준비했으나 흐지부지된 상태.

최재규(崔在奎.55)시천면장은 "소유권 분쟁으로 갈등을 계속하기 보다 자연을 숭배한 우리 조상들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천왕할매석상은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記)등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지리산 민중신앙의 상징물. 이 석상 앞에서 전국서 모인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신라시대 40대 여인의 모습인 이 석상의 주인공은 고려 왕건(王建)의 어머니 위숙(威肅)왕후의 모습 또는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이라는 설이 전해 온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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