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일정 비우고 8·15 경축사 손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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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얼굴)대통령은 10일 일정을 거의 비웠다. 정의구현사제단과의 만찬 일정 하나만 잡았다.

8.15에 내놓을 경축사를 직접 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제단과의 만남도 경축사에 담을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대통령은 틈틈이 연설문을 처음부터 손수 쓰고 있다" 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경축사에 정성을 쏟고 있다는 말이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민족사의 전환점에 있는데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첫 광복절이기 때문이라고 朴대변인은 설명했다.

특히 8월 25일이면 집권 2기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국정방향을 제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와 민족의 목표.비전을 제시하는 연설이 될 것" 이라고 朴대변인은 말했다.

"지난 2년반의 개혁과 힘들게 헤쳐온 위기, 정상회담을 통해 민족 화해협력의 시대를 여는 것,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우리 민족이 자신감과 자긍심을 되살려 번영해가자는 취지의 말을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산▶4대(공공.금융.기업.노사)개혁▶정보화사회▶생산적 복지 정착▶국민대화합을 집권 2기의 국정운영 목표로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8.15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있다. 金대통령의 의미 부여는 각별하다.

그럴수록 행사를 준비하는 참모들은 고민이다. 청와대 한 참모는 "각종 현안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아 광복절의 의미를 덮어버릴 것 같다" 고 우려했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은 10일 하루종일 관계부처와 통화하며 의료계 파업사태 수습을 파악했다. 의료계 파업은 국민에게 생명까지 위협하는 불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사태는 경제 전반에 위기감을 주고 있다. 金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이번주에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라" 고 당부했지만 아직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의 정국 장악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 8.15를 민족대화합의 축제로 만들려던 金대통령의 구상과 어긋나고 있다.

朴대변인은 "金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마음을 열고 있고, 대화를 할 의향도 있다" 고 말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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