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신라호텔 '소믈리에' 서한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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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 최초의 '소믈리에' 인 서한정(徐漢正.57.신라호텔 식음료팀 과장)씨가 10일 한국에 프랑스 와인을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정부 농업훈장인 '메리트 아그리콜' 을 받았다.

소믈리에는 와인구매.관리.판매.감정은 물론 고객들에게 와인을 추천하고 조언해 주는 역할까지 담당하는 최고 전문가를 일컫는 호칭으로 단순히 품질정도만 구별하는 와인감별사와는 다른 개념.

메리트 아그리콜은 1883년 제정된 유서깊은 훈장중 하나로 농업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훈장을 받은 아시아인은 지금까지 일본인 소믈리에 시냐 타사키 한명뿐이었다.

"소믈리에는 단지 와인에 대해서만 알아서는 안됩니다. 와인은 요리와 조화를 이룰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죠. 따라서 요리와 다른 음료에 대해서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

순천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전남 승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던 그는 월남전 참전 후 외양선을 타려다 진로를 바꿔 호텔에 입사했다.

이후 바텐더를 하다 1976년 서울 프라자 호텔로 자리를 옮기면서 소믈리에 직함을 얻게 됐다.

"그때만 해도 와인이라는 게 무척 낯설 때죠. 혼자서 밤새 일본책을 읽어가며 독학을 하고 외국 고객들에게도 물어가면서 하나둘씩 배워 갔습니다. "

84년 신라호텔로 옮긴 그는 최근까지 각종 세미나 개최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와인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徐씨는 "내가 추천한 와인에 고객이 만족할 때가 소믈리에로서 가장 행복하다" 며 "조만간 와인 관련 서적을 출간하고 와인 클래스를 개설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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