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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코앞서 남쪽 노모 끝내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아이고 어머니…. 한달만 더 사셨어도 오빠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 "

9일 문정자(文貞子.59.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씨는 어머니 黃봉순(90)씨의 영정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한국전쟁 때 헤어진 큰아들 文병칠(68)씨를 애틋하게 그리다 지난달 16일 북에서 통보한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병칠씨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 지난달 19일 이미 어머니가 세상을 하직했는데도 8일 발표된 서울 방문 북측 상봉자 명단에 오빠와 나란히 어머니 이름이 올라 있었던 것.

文씨는 "오빠의 생존 소식을 들은 뒤 어머니는 치매 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었다" 면서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든 어머니는 정신이 아득한 상태에서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 며 손을 내저은 뒤 세상을 떠나셨다" 고 울먹였다.

黃씨가 50년 동안 애타게 그리워 했던 병칠씨는 한국전쟁 당시 춘천농고에 재학 중 의용군에 징집된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었다.

그동안 병칠씨가 죽은 줄만 알고 절에서 어머니와 함께 제사를 지내온 文씨는 "오빠 위패가 있던 자리에 어머니 위패를 바꿔놓고 오빠와 함께 제사를 지내고 싶다" 고 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측은 黃씨가 사망했지만 남한에 문정자씨 등 동생 세명이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오는 15일 서울을 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고성=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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