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봉사회 "베푼것보다 배운것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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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다른 점은 없었다. 손가락이 일부 없어지거나 일그러져 생활에 다소 불편을 느낄 뿐이다. 소록도의 주민들은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高齡)이다.

이곳에 오기 전 후유증이 제법 심한 피부병을 앓았다. 그들의 응어리는 섬 밖 사람들의 끔찍한 편견이다.

지난 2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아 주민 8백여명과 함께 3박4일을 보낸 3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편견을 씻었다.

17년째 이곳을 방문하는 봉사단체 '복지 사회를 향한 시민의 모임 참길회' (단장 정학),(http://my.netian.com/~chamkil)와 함께 소록도를 찾은 일반 시민들이다.

참가자들은 낮에는 고장난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하수구를 청소했다. 밤에는 춤과 노래로 주민들의 외로움을 달랬다.

소록도 방문이 처음인 참가자들은 오기 전까지 두려움과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다. 그러나 주민들의 따뜻한 응대에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친구가 됐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베풀고 가기 보다 오히려 이곳 주민들에게 순수한 마음을 배워 간다" 고 했다.

"풍족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던 나를 반성하게 됐다" 고도 했다. 주부 박미자(47.여.서울강북구수유동)씨는 "소록도에 오기 3일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자지 못했는데 진작에 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고 말했다. "큰 아들이 제대하면 꼭 함께 오고 싶다" 고 했다.

참길회 최우영(崔祐榮.36)집행위원장은 "흔히 나병으로 불리는 한센병은 병이 치유되면 더는 전염이 안되는데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 했다.

그는 "병 자체보다도 일반인의 편견이 이곳 주민들에게는 더 큰 고통" 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대부분이 발병 초기에 고향의 가족과 이웃들로부터 쫓겨나 이곳에 왔다는 서러움 때문에 수십년째 육지를 밟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 있다는 것이다.

참길회는 지난 73년 대구에서 발족했다. 84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에 소록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고흥반도 남단에서 6백여m 떨어진 소록도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 총독부가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기 시작해 한때 6천여명의 환자가 머물렀다. 현재는 의료진을 포함해 8백5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완쾌된 상태다. 참길회 053-423-7707.

소록도=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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