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룬궁 내분 조짐…'벨린다' 독립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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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당국의 금령(禁令)에 맞서 합법화 투쟁을 벌이고 있는 파룬궁이 내부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홍콩 내 파룬궁 조직은 둘로 나눠져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으며, 이같은 분열양상은 중국은 물론 해외로까지 확산될 기세다.

파룬궁 분열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30대의 젊은 여성 벨린다 펑산산(彭山山). 홍콩 컨벤션센터 내 서점에서 파룬궁 입문서인 '좐파룬(轉法輪)' 을 팔던 그는 파룬궁 창시자인 리훙즈의 영적 능력이 다했다며 파룬궁은 이제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벨린다는 책을 팔면서 파룬궁을 깊이 연구하던 중 지난해 홀연히 득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벨린다는 자신이 개설한 웹사이트(http://www.falundafa.com.hk)에 '세계인에게 고하는 공개 서한' 이란 제목의 법문을 게시해 "파룬궁 지도자 리훙즈는 8년간 포교활동으로 이미 그 사명을 다했다. 이제 새로운 파룬궁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며 새 지도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벨린다를 '스승' 으로 모시고 있는 홍콩 내 추종자들은 아직 3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벨린다를 받드는 정성은 대단하다.

신도들은 벨린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을 정도다. 그를 따르는 상하이(上海)출신 왕추이린(王吹隣.33)은 최근 홍콩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스승님의 영적 능력은 불탄일인 지난 5월 11일 처음 드러났다" 고 말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벨린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신비한 힘이 느껴졌다는 얘기다.

벨린다 신도들은 "란타우(大嶼山)섬 바오렌스(寶蓮寺)내 대불(大佛)에서 조만간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할 것" 이라며 "이는 스승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스승님을 따르는 신도들이 중국에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등지에서도 스승님 말씀을 듣고싶어 하는 신도들이 홍콩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내 파룬궁연합회측은 "새 분파는 파룬궁의 명예에 흠집을 내기 위해 중국 공안당국이 침투시킨 불순세력일 가능성이 있다" 면서 "대불 기적 등 종교적 환상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사교 세력임을 입증하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파룬궁은]

파룬궁(法輪功)은 리훙즈(李洪志.49.미국 뉴욕 체류)가 1992년 처음 보급한 뒤 중국 대륙에 급속히 확산된 기공(氣功).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불교적 색채에 도교 정신이 가미돼 있다. 중국 본토 수련자만 7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당국은 파룬궁 신도들이 지난해 5월 지도층 인사들의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로 몰려가 합법화를 요구하며 집단시위를 벌이자 같은해 7월 22일 사교(邪敎)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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