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자연농법 아들에게 전수 이영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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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남 하동의 이영문(李永文.47.옥종면 청룡리)씨는 두 아들에게 농업을 가업(家業)으로 물려준 농부다.

대부분이 자식을 도시로 보내 일자리를 찾지만 李씨는 달랐다. 고교 성적도 괜찮았던 준호(準昊.24).준부(準富.23) 두 아들을 농촌진흥청 부설 한국농업전문대에 보냈다.

두 아들은 1997년 농업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1년을 기다려 입학했고, 지난 2월 졸업한 뒤 고향으로 내려와 농부수업을 받고 있다.

李씨는 요즘 매일 두 아들과 함께 논으로 나가 벼를 돌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만5천평 논농사를 혼자 지었으나 올해는 두 아들에게 7천5백평씩 나눠줬다.

"올 가을에 어느 녀석이 농사를 잘 지었는지 볼 참이죠. 자식에게 유산은 남기지 못해도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법은 물려주고 싶습니다. "

李씨의 농사법은 독특하다. 논을 갈지도 않고 물을 대지도 않는다. 농약.제초제를 치지 않고 퇴비도 넣지 않는다.

가을에 벼를 수확한 뒤 보리를 파종하고 짚을 덮어주며, 봄에는 수확한 뒤 볍씨를 뿌리고 보릿대를 덮어준다.

그가 개발한 '태평농법' 이다. 작업도 李씨가 발명특허까지 받은 농기계로 한다.

이 농법이 적용된 논은 푸석푸석하다. 그래서 갈지 않아도 뿌리가 잘 내린다. 씨앗 위에 덮힌 짚.보릿대가 잡초를 억제하며 온갖 미생물.천적들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이 농법은 전국 5백여농가에 보급돼 있으며 전국의 농민단체에서 배워가고 있다. 경상대 농학과 최진룡(崔震龍)교수팀의 연구결과, 기존농법에 비해 수확량이 떨어지지 않고 노동력은 20%밖에 안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러시아 등지에도 이 농법이 소개됐을 정도. 초등학교만 졸업한 李씨가 태평농법을 체계화시키는데는 20여년이 걸렸다.

"농업을 제대로 배운 젊은이들이 이 농법을 좀더 과학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랄 뿐입니다. "

두 아들의 꿈도 야무지다. 준호씨는 이 농법을 원예작물에 적용시킬 계획이고 준부씨는 두 종류 이상의 밭작물을 같은 밭에 섞어 재배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준호씨는 "어릴 때부터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자연농법을 연구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농부가 되고 싶었다" 며 "농업은 노력한 만큼 되돌려받는 정직한 산업이어서 마음이 끌렸다" 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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