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전임의들 왜 강경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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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의 모 종합병원 레지던트 4년차 석모씨는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 사표를 썼다.

월급은 1백만원이 고작이다.

의사들이 부자라고 하는데 그건 50대 이상 선배들의 얘기" 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도 없고 24시간 근무해도 시간외 수당이 없다. 보너스 한 번 받아보는 것이 소원" 이라고 파업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은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왜 수술칼을 놓았는지를 압축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의사협회 집행부의 폐업유보 선언을 무시하고 파업을 감행해 폐업에 주저하던 개원의들을 바깥으로 끌어냈다.

이들은 의료계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약사의 낱알 판매 금지 유예 철회나 대체조제 전면 금지 등과 같은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 박훈민 대변인은 "최소한 11년 이상을 공부하고 2억~3억원을 들여 개원해봤자 현행 체제에서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고 주장했다.

전임의들도 마찬가지다. 월 1백50만원 정도를 받고 있고 상당수는 무보수로 근무하기도 한다.

교수가 되려고 전임의가 됐으나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다고 한다. 종전에는 1년 만에 끝났으나 요즘은 2년으로 늘어난 데가 많다.

교수가 못되면 개원해야 하나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파업을 풀기 위해, 나아가서는 의료의 미래를 위해 전공의 처우개선 등과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임의.전공의의 상황은 '이래 저래 망할 수밖에 없다' 며 폐업 투쟁을 벌이는 일부 개원의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의협 관계자는 "30대 중반~40대 초반 개원의들은 지난해 11월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시행후 휴진 싸움을 계속하면서 환자가 줄고 있는 마당에 의약분업으로 환자가 더 줄어 망할 수밖에 없다" 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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