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Let 다이' 출간 논란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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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청소년 동성애와 과다한 폭력 묘사 등으로 논란을 빚은 끝에 연재 중단 등 파문을 일으켰던 만화 'Let 다이' 1, 2권(서울문화사)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풀 하우스' '비를 본 적이 있나요' 등의 중견 여작가 원수연(39)씨가 만든 이 만화는 4년 전 1권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미성년자 구독 불가 판정 속에 대원문화사에서 출간됐다가 이번에 전연령층 구독가로 새 출판사에서 1, 2권이 함께 나온 것.

그러나 1권에서 문제가 됐던 10대 남학생들의 동성애와 강간.폭력 부분들이 새로 발간된 책에도 고스란히 실려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Let 다이' 는 작가 원씨가 1993년 청소년 만화 잡지 '이슈' 창간과 함께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10대 동성애와 폭력적인 장면들이 심의에 계속 지적되는 등 문제가 됐고, 작가가 스스로 연재를 중단했다가 지난 3월부터 성인용 잡지 '윙크' 에 다시 게재를 시작했다.

이번에 발간된 1, 2권은 93년 연재분부터 최근 연재분까지 모은 것이다.

평범한 남학생인 주인공 제희는 우연히 깡패들로부터 윤은이라는 소녀를 구해준다.

깡패들의 '짱' 인 다이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제희를 알게 된 뒤 노골적으로 '애정' 을 표현하고, 제희는 거듭 폭행을 당하면서 오히려 다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다이를 알기 전까진 나는 그저 화이트데이에 여자친구를 위해 흰장미를 사는 그런 평범한 아이였다" 는 게 제희의 독백이다. 이 와중에 제희의 여자친구 은형이 다이패의 소굴에 들어갔다가 강간을 당하는 등 폭력적인 장면들이 거듭된다.

현재 '윙크' 에는 제희와 다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와 충격으로 문제아가 되는 은형의 모습 등이 그려지고 있다.

작가 원씨는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그리고 싶었다" 고 창작 의도를 밝혔으며 "일본의 '야오이' 류 만화는 본 적도 없다" 고 말했다.

'야오이' 란 일본의 일부 여성 만화 매니어들이 즐겨보는 남성 동성애 소재 만화.

그러나 일정한 작품성을 갖췄다는 측면에서 노골적인 표현이 주가 되는 야오이와 차별화된다 하더라도 작품의 기본 구도가 10대 남학생들의 동성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선정적인 소재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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