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민족사관고 졸업 후 MIT 진학 허동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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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7년 전 MIT 앞에서 찍은 사진은 반드시 이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이었습니다."

지난 2월 민족사관고교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입학하기 위해 18일 출국하는 허동성(許東星.20)씨. 許씨의 책상머리엔 늘 초등학교 6학년 때 MIT 캠퍼스에서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달 뒤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미국여행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어머니의 결정이었죠. "

그 때가 초등학교 3학년인 1990년. 하지만 어머니가 생계를 맡은 탓에 늘 혼자였던 그의 생활은 점차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성적도 떨어졌다. 3년 뒤 어머니는 그를 데리고 다시 미국여행에 나섰고, MIT에 다녀온 뒤 그의 목표는 결정됐다.

"어머니는 과학고에 가길 원했지만 결국 제 뜻을 꺾지 못하셨죠. 미국 대학 준비반인 '아이비 클라스' 가 있는 민족사관고에 들어가 제 꿈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갔어요. "

미국 대입시험인 SAT 준비는 물론 미 고교와 대학 교재로 공부해 온 그에게 '한국에 있다' 는 점은 별 제약이 되지 못했다.

그가 지난해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받은 것도 MIT행에 한 몫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도 호기심도 많았어요. 세숫대야에 물을 채운 뒤 거울을 가지고 무지개를 만들려고 애도 써봤고, 소설 '개미' 를 읽은 뒤에는 뒷동산에서 개미집만 파고 다녔죠.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

벌써부터 대학교 친구들과 e - 메일을 교환하는 데 여념이 없는 許씨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 PC방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는 "이달 중순에 시작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중 '리더십 코스' 가 가장 흥미로울 것 같다" 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순수과학이 너무 좋아 서울대 의대 특별전형에 합격했음에도 결국 당초 소망대로 과학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 許씨. 그는 "대학에서 응용과학까지 폭넓게 공부해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가 되겠다" 며 "민족사관고에 있는 '노벨상 좌대' 의 주인공이 되는 게 꿈"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하현옥,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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