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팔 평화회담 무산 뒤 국제여론 끌기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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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스라엘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던 중동평화 회담이 무산된 뒤 이번엔 국제여론을 자기쪽으로 돌리기 위해 '물밑 2라운드' 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는 2일 이집트를 방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났고 하루 뒤인 3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타보 음베키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

아라파트는 이들에게 "같은 제3세계 국가 입장에서 팔레스타인을 도와달라" 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아프리카의 음베키 대통령과 만델라 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선포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듯 아라파트는 기자회견을 통해 "팔레스타인이 오는 9월 13일 독립국가를 선포하는 것은 합법적 조치" 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국내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바라크 총리도 외교를 통한 만회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아라파트 수반보다 하루 늦은 3일 이집트를 방문, 지중해의 여름 휴양지인 알렉산드리아항에서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바라크 총리는 무바라크에게 아라파트가 양보하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무르 무사 이집트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우리가 아라파트를 지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고 말해 바라크를 실망시켰다.

그러나 국제 여론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최고 지도자들의 노력은 올 여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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