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작은 사랑 큰 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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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7월 28일자 17면에는 소녀가장 도소라.소원.소중이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는 젊은 여교사 김지영(金知英)씨의 얘기가 소개됐다.

그런데 이날 게재된 金씨의 사진은 다소 굳어 있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金씨는 사진은 찍지 말자고 했다.

자신이 마치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자가 사진이 없으면 게재가 곤란하다고 하자 '웃는 모습만은 피해달라' 는 선에서 합의가 돼 그런 사진이 나가게 된 것이다.

金씨는 "남는 시간을 조금 쪼개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초보 봉사자' 로서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곤 생각지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임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이런 희망대로 金씨와 소녀가장들의 얘기가 전해지자 독자들로부터 사랑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매장이나 직원이 한명씩 늘어날 때마다 소년소녀가장에게 매달 쌀 10㎏을 보내고 있는 '미(米)사랑인들' 이란 정미업체에서는 소라자매에게 쌀을 보내주고 싶다는 뜻을 본사에 전달해 왔다.

캐나다에 사는 장지영씨는 金씨와 아이들의 얘기를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친지들에게 알렸다고 했다.

대학생 독자 K씨는 아르바이트로 공들여 번 돈을 소라네 남매에게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적은 돈이나마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독립심을 해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세상에 밝은 면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결심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많은 독자가 金씨와 아이들의 얘기를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넘기지 않고 함께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베풀어 주되 베풀어 준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 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작은 정성을 드러내지 않고 나눠주고 싶어했다.

金씨는 분명 '직업적 봉사자' 와는 다른 '아마추어 봉사자' 다.

그러나 그런 봉사도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작은 베풂이 일상화.체질화된 사회가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제' 를 들먹일 필요가 없는 '살맛나는 사회' 가 아닐까 한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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