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대통령' 만들기 나선 '富者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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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 공화당 전당대회장인 퍼스트 유니언 센터 2층엔 마치 오페라 하우스 박스 같은 특별구역이 있다.

이름하여 클럽 박스(club box). 출입문에선 젊은 남녀들이 신원을 확인한다. 이곳에선 북적거리는 대회장 1층과는 달리 안락하게 와인을 마시며 대회를 즐길 수 있다. 등이 깊게 팬 파티복에 진주목걸이로 정장을 한 귀부인들도 눈에 띈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각 주(州)에서 공화당 상류사회를 구성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경제력과 열성이 1980년대 이후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클럽 박스는 그렇게 대회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공화당에는 '중요인사 모임 (the Republican Regents)' 과 '팀(Team) 100' 이라 불리는 귀족그룹이 있다.

1백39명에 이르는 '중요인사 모임' 멤버들은 지난해 1월 이래 25만달러 이상씩을 당에 기부한 개인과 기업 대표들이다.

대회 첫날 오후 시내 호화 음식점에선 이들을 위한 리셉션이 열렸다.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부인이 테이블 장미 장식을 디자인했다. 회원들은 조지 W 부시의 이름이 새겨진 크리스털 그릇을 선물로 받았다. 몇몇 회원들은 전직 장관 및 의원들과 어울려 골프를 즐겼다.

'팀 100' 은 한 단계 낮은 그룹이다. 이 그룹은 88년 조지 부시 후보를 돕기 위해 회원들이 10만달러씩을 내면서 시작됐다.

그 아들을 당선시키려는 2000년, 그룹은 6백명으로 커졌다. 이들을 위한 리셉션도 열리고 있는데 일부 회원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북적거린다" 고 불평이다.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려는 공화당은 귀족그룹의 존재를 쉬쉬하고 있다. 자꾸 이들에게 시선이 쏠리면 서민층이나 소수계가 거리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여전히 "평균 99.63달러를 내는 60만 소액 기부자가 당 기부금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중산층과 상위그룹을 위한 감세(減稅)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대접받는 주제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3일째엔 감세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은 캘리포니아 중소기업인, 오클라호마 농부, 쌍둥이를 둔 독신모, 길모어 버지니아 주지사 정도였다.

안보와 교육 등에 비하면 감세 얘기는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공화당은 부자들을 커튼 뒤로 돌리면서 민주당으로부터 서민을 끌어오느라 애쓰고 있다.

필라델피아=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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