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상승으로 매미 생태계도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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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 여름엔 매미와 잠자리가 유난히 많다.

야외에 나가면 잠자리떼의 군무(群舞)를 쉽게 볼 수 있고, 도심 숲은 물론이고 가로수에서도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

또 한가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한밤중에도 그칠 줄 모르는 매미의 울음소리. '맴맴맴' 은 줄고 '쓰르르-' '찌찌-' 가 늘었다.

이 모두가 매미와 잠자리의 서식여건의 변화 때문이다.

개체수가 늘어난 데 대해 경북대 박희천(朴喜千.생물학)교수는 "겨울철 기온이 높아져 땅속의 애벌레가 죽지 않아 매미 등이 급증했다" 고 말했다.

또 잠자리는 산란.부화기때 큰 비가 오지 않아 떠내려가지 않은 데다 기온이 평년보다 4~5도 높아 서식여건이 좋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여종의 국내 매미 중 '맴맴맴' 우는 참매미가 줄어들고 '쓰르르-' '찌찌-' 하고 우는 애매미.털매미.쓰름매미 등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생태계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매미는 애벌레 상태로 7년동안 땅속에서 지내다 번식을 위해 수개월동안 밖으로 나왔다가 죽는다. 울음소리는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소리.

대전대 남상호(南相豪.생물학)교수는 "참매미는 애벌레 때 과일나무 뿌리의 수액을 빨아 먹으며 주로 인가 주변에서 산다" 며 "유실수가 줄어들고 농약 살포와 도시개발로 인한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줄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반면 숲속에서 주로 사는 털매미.애매미 등은 도심에 인공 녹지공간이 많아져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매미는 밤에도 대낮처럼 환한 조명 때문에 밤을 낮으로 착각, 한밤중에도 마구 울어대 '소음공해' 를 유발하고 있다. 朴교수가 대구 수성구 지산동 일대의 매미울음소리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주택가 소음기준치(50~60㏈)보다 높은 70~80㏈로 조사됐다.

대구=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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