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개성 기차타고 갈날 오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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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북한 사이에 가로 놓인 두꺼운 벽이 허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열차가 달리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31일 발표된 남북장관급회담 합의문에 서울~신의주간 경의선 철도 복구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실향민들과 경기도 파주시 등 휴전선 주변 주민들이 크게 환영하면서 이제야 남북 화해 분위기를 실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실향민들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철도 복원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질 줄 몰랐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파주시 문산읍의 실향민 김우섭(金佑燮.65)씨는 "통일열차 운행으로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 민통선 내 고향인 장단에 들어가 살면서 농사도 짓고 싶다" 며 흥분했다.

경의선과 경원선을 운행했던 노기관사 이순복(李順福.76.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매일 다니던 평양과 개성 모습이 눈앞에 훤하다" 며 "함께 달렸던 북한 철도원들도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고 기뻐했다.

평북 태천이 고향인 백만식(白萬寔.75.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씨는 "오산학교 시절 경의선을 타고 통학했다" 며 "경의선 열차에는 항상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고 기억했다.

경기북부상공회의소 박대규(朴大圭.56)사무국장은 "파주시를 중심으로 한 접경지역이 남북경제교류의 거점도시로 육성되지 않겠느냐" 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임진각을 비롯한 경의선 주변 관광지 개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방침" 이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파주시 문산읍 새파주공인중개사 이정만(李政萬.44)대표는 "문산 등 파주시 일대와 연천.철원 등 접경지역이 향후 2~3년 내에 투자 유망 지역이 될 것" 이라고 예측했다.

함남 이원 출신인 대화문화아카데미 강원룡(姜元龍.83.목사)명예이사장은 "경의선 복원은 끊어졌던 민족의 혈맥을 살리는 일" 이라며 "경원선도 빨리 복원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파주=전익진,우상균.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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