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후지모리' 불안한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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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멕시코시티=외신종합]수만명 항의시위대와 진압군경이 충돌한 가운데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임기 5년의 대통령에 공식 취임, 3기 집권에 들어갔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앞으로 5년 동안 민주제도를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 등 페루의 번영을 이루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후지모리 취임을 반대해 3일째 항의시위를 벌이던 군중은 이날 수도 리마에서 8만여명이 참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여 경찰과 격렬히 대립했으며 이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1백90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취임식이 열리던 의사당건물과 법원청사, 국영은행 등 10개 정부건물에 불을 질렀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 등을 난사해 리마 시내는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부정선거를 이유로 결선투표에 불참했던 알레한드로 톨레도 전 야당 대통령후보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우리는 독재정치에 항거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 이라고 주장, 앞으로도 페루정치가 심각하게 표류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후지모리 대통령은 29일 군 지휘관들과 오찬을 갖고 시위대가 의사당 건물에 방화, 취임식을 무산시키려는 음모를 갖고 있었다며 폭력 시위대는 테러주의자들이었다고 비난했다.

페데리코 살라스 신임 총리도 톨레도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국가원수로서는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대통령만 참석해 2기 집권 때와 달리 썰렁한 모습이었으며, 취임식장 안에 있던 야당의원들 46명도 부정선거 규탄 구호와 함께 플래카드를 흔들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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