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디지털·유전자시대 적극 발맞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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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특허청은 이달 초 한 외국업체로부터 방대한 생물 지놈 특허신청서를 받고 혀를 내둘렀다. 특허 신청건수는 하나인데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유전자 서열 1천여개에 대한 각각의 특허였다. A4용지로 3천장 정도에 달하는 5MB 분량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이런 내용은 유전자별로 나눠 개별로 특허 출원해야 한다. 포괄적 특허 취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간지놈 해독, 전자상거래 급증, 세계무역기구(WTO)체제 가속화 등 21세기를 선도할 신기술과 세계질서를 수용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포함한 특허법.특허심사기준 등이 올해를 기점으로 대폭 바뀐다.

세계적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전자상거래분야 특허의 새로운 심사기준이 마련돼 다음달 중 시행에 들어가며, 생명공학분야의 새 심사기준이 올해 안에 제정된다.

국제적으로는 각국의 특허출원 양식 통일과 출원일 획득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신(新)특허법 조약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회의에서 채택돼 조만간 우리나라의 특허제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또 '표장(標章)의 국제등록에 관한 마드리드 의정서' 가입이 추진되고 있다.

신기술 분야의 특허제도 전환과 함께 출원인 편의.권리확보 면에서도 세계화 바람이 함께 불고 있는 것이다.

◇ 쭉정이 전자상거래 특허 출원 'NO' 〓비즈니스 모델(BM)특허로 알려진 전자상거래 관련 특허 심사기준의 정립은 IT업계에 지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과총회관에서 열린 이 심사지침 설명회에는 변리사.IT업체 관계자 3백여명이 참석, 새로운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특허에 대한 개념은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달라 그동안 국내외에서 혼란이 가중돼 왔었다.

새 지침에 따르면 ▶순수한 영업방법▶종래 영업방법을 자동화한 기술로 구현한 것은 특허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자상거래 분야의 무분별한 특허 출원과 권리 주장문제를 대폭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특허청은 이 규정에 따라 최근 K업체가 출원한 '인터넷에서 효율적인 광고방법' 의 경우 특허를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광고 방법이 기존의 관행적인 수준을 넘지 않은 데다 신기술을 적용한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 포괄적 유전자 특허 출원 금지〓인간 지놈 프로젝트 바람을 타고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유전자 특허 출원제도도 대폭 손질된다.

우선 한꺼번에 수십~수천개의 유전자를 단일 특허로 출원하지 못한다. 이미 미국.일본 등 각국 특허 관련 기관들이 의견의 일치를 본 대목이다. 이 경우 단일 특허로 심사가 불가능하며 포괄적 특허로 인한 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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