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문계고 학생 10년간 절반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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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08년 개교한 서울 보인고(옛 보인상고)는 99년간 상업고의 전통을 이어 왔다. 하지만 2007년 일반계고로 전환했다. 지난해 2월 일반계 졸업생을 처음 배출했다. 2011년엔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현동 교장은 “80년대 이후 대학 진학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회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계고는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았던 80년대 초까지는 상고나 공고를 졸업하고도 대기업이나 금융권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명문 공고나 상고엔 가난한 수재들이 몰렸다. 하지만 과학기술 발달로 단순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전문계고 진학자는 계속 줄어 왔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문계고 학생 수는 지난 10년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간된 ‘2009년 서울교육 통계연보’엔 지난해 전문계고 총 학생 수가 6만1472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99년(14만4188명)에 비해 8만2716명 감소한 것이다.

교원 수 역시 99년 6901명에서 2009년 4929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학교 수는 99년 79곳에서 2009년 76곳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정부는 전문계고를 살리기 위해 21곳의 마이스터고를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마이스터고에 진학하는 학생에게는 학비를 면제하고 외국어 교육, 해외 연수, 취업 기능 등을 지원한다. 또 기존의 일부 전문계고는 특성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선린인터넷고와 서울관광고, 이화미디어고는 정보기술(IT)·관광·디자인 분야 등으로 특화된 교과 과정을 내세워 신입생을 유치하고 있다. 선린인터넷고와 서서울생활과학고처럼 매년 해외 대학 진학자를 10여 명씩 배출하는 고교도 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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