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희망봉’ 가는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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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아공 전지훈련 출국을 하루 앞둔 3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다시 모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영하의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이날 대표팀은 1시간40분 남짓 훈련을 소화했다. [파주=연합뉴스]


호시탐탐(虎視耽耽)과 호시우보(虎視牛步).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각오다. 허 감독은 3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신년 첫 인터뷰에서 “호시탐탐과 호시우보의 자세로 월드컵으로 향하겠다”고 밝혔다.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으로 16강을 위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호랑이처럼 예리한 관찰력과 소처럼 신중한 행보를 뜻하는 호시우보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대표팀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미다.

16강을 향한 허 감독의 확고한 의지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나타났다.

국내파와 J리거 등 선수 25명은 이날 오후 눈이 치워진 인조잔디구장에서 실시된 첫 훈련부터 뛰고 또 뛰었다. 패스 훈련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운동장 안쪽 300m 거리를 약 15분간 20바퀴 돌았다. 훈련 시간의 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운동복은 벌써 땀으로 흠뻑 젖었다.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볼 뺏기 훈련으로 잠시 숨을 돌리는가 했지만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시 달리기를 지시했다. 4개 조로 나뉜 선수들은 또 뛰기 시작했다.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80m 직선거리를 달리는 훈련이 10차례 반복됐다. 이날 25명의 선수들은 파주의 칼바람을 뚫고 공평하게 6.8㎞를 뛰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연휴 기간에도 몸 관리를 잘한 것 같다. 둔한 선수가 3~4명 있었지만 전지훈련을 소화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며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일주일가량 소집훈련을 하지 못해 연습경기를 하기보다는 컨디션을 체크한다는 측면에서 러닝 위주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4일 오전 파주 NFC에서 한 차례 더 훈련을 한 뒤 오후에 첫 전훈지인 남아공으로 향한다. 대표팀은 남아공에서 잠비아 및 현지 프로팀을 상대로 세 차례 연습 경기를 치른 뒤 15일 요하네스버그를 출발해 2차 전훈지인 스페인으로 향한다. 25일까지 21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전지훈련은 비용만 무려 7억9000만원이 드는 초대형 월드컵 16강 프로젝트다. 남아공과 스페인을 오가며 대표팀은 항공비 약 3억원, 체재비 약 1억9000만원, 기타 비용 3억원 등을 사용한다. 기타 비용에는 운동장 대여료, 인건비, 식비 등이 포함된다.

전지훈련 동안 선수단은 무려 3만6083㎞를 이동한다. 국제선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만 45시간이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큰 훈련을 앞두고 있는 허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 동안 국내 선수들이 해외파 선수들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길 바란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파주=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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