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적극 논의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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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계기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연말 국회 한 모임에서 “이 협정이 원료 부문과 재처리 부문에서 과도한 통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정치인들 일부가 이른바 ‘핵주권론’을 내세우며 원자력의 경제적 활용을 위한 ‘핵주기 완성론’부터 북한의 핵실험에 맞선 ‘핵무장론’까지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2014년 만기가 도래하는 이 협정의 개정 작업을 앞두고 갖가지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다.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한·미 협정의 개정은 타당성이 있다. 무엇보다 2016년이면 원자력발전소 안에 보관 중인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 연료)이 포화 상태가 돼 사용후 연료 재처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원자력 과학자들은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했고, 이의 실용화를 위한 협정 개정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신기술을 적용하면 사용후 핵연료의 대부분을 원자력 발전에 재활용하게 되고, 그 결과 고준위 핵폐기물 발생량이 현재의 20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또 핵무기에 쓰이는 플루토늄 추출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핵무장 의심을 피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의 비용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기술 개발에 따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하는 길이 열렸는데도, 한·미 협정이 ‘한국의 재처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런 측면에서 한·미 협정 개정에 소극적인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부 등에서 나오고 있는 ‘핵무장론’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 순간에 허물어 대한민국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처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살아갈 순 없다. 특히 이런 주장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 노력마저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적극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