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스티글리츠 교수 ‘시장의 효율성’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사진)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기존 경제학 이론에 날 선 비판을 날렸다. ‘시장이 효율을 보장하고, 경제 주체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정한다’는 경제학계의 금과옥조를 ‘결점투성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그는 2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응용사회과학협회 연례회의에서 “시장은 그 자체로 효율적이지 않다”며 “이는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이 틀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일 수 있다”며 애덤 스미스의 기본 전제부터 정면 비판했다.

그는 “경제위기가 기존 이론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만큼 보다 설득력 있는 개인과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가정하고 이에 근거해 새로운 경제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금융시장은 경쟁적이고 효율적이란 경제학의 신념이 이제는 결점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한 예로 ‘가격은 계속 뛰게 마련’이란 잘못된 신념이 주택 거품을 심화시켰음을 상기시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7년 12월 거품이 터짐으로써 시작된 침체가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비화된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서 이 때문에 700만 명의 미국인이 실직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주택 소유자와 투자자, 그리고 아마도 금융회사 경영자 모두가 불합리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학자들도 금융위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금융위기가 이제 새로운 이론을 세울 수 있는 기회의 창”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어 1987~2006년 미 연방준비은행(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 변동 모기지 금리를 소비자에게 권고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세계 금융위기에 경제학자들도 한몫했다는 비판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잡지는 현대 경제이론의 위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거시경제학자와 금융경제학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고, 위기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으며,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